[사설] 스테이블코인 테더의 '안정성 최하' 등급이 의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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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1.28 17:25 수정2025.11.28 17:25 지면A23

국제신용평가사 S&P글로벌레이팅스가 세계 1위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의 안정성 등급을 기존 ‘제약적’에서 ‘취약’으로 하향 조정했다는 소식이다. ‘취약’은 S&P의 코인 자산 평가 5등급 중 가장 낮은 등급이다. 이는 단순히 개별 코인 평가를 넘어 스테이블코인의 기본적 가치인 미국 달러와의 연동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키운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시가총액이 270조원에 달하는 테더는 전체 준비자산 중 24%가량을 비트코인을 비롯한 다른 암호화폐와 회사채 등 고위험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 비중이 5.5%에 달해 최근처럼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면 테더의 담보 부족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자칫 달러와의 ‘1 대 1 교환’이란 대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준비자산의 높은 변동성과 자산운용의 불투명성은 안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스테이블코인의 도입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번 테더의 등급 하향은 연내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위해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을 준비 중인 금융당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과 달리 우리는 국채, 예금 등 안정성 높은 자산으로만 의무적으로 준비자산을 구성하도록 할 것이라는 점은 그래도 다행이다. 하지만 안전자산을 100% 보유하는 것만으로 ‘디지털 뱅크런’ 위험을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다. 국채 가치 급락이나 전산 장애, 발행사의 신뢰 붕괴 등 다양한 요인으로 언제든 디페킹(가치 연동 불안)과 이로 인한 코인런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블록체인의 익명성을 악용해 외환 규제를 쉽게 우회하거나 자금세탁이나 불법 자금 은닉에 악용될 가능성 역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두나무를 자회사로 편입한 네이버파이낸셜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요구가 커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테더의 안정성 최하 등급이 보여주듯 시장의 기대에만 의존해서는 예상 밖의 국민적 피해와 거시경제 충격을 피할 수 없다. 정부는 이미 엄격한 규제를 받는 은행을 중심으로 발행을 허용하고 이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유관 부처 협의 기구를 서둘러 구성해야 할 것이다. 속도보다는 견고한 제도화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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