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오남용-왜곡 소지 많은 ‘법왜곡죄’… 법무부도 반대

1 week ago 4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일 법안소위에서 법왜곡죄 조항을 신설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 사법개혁안을 두고 여러 논란이 있지만 특히 법왜곡죄에 대해선 위헌 소지가 크다는 것이 사법부의 주장이다. 법무부조차 이날 국회에 나와 법안이 너무 추상적인 데다, 수사기관을 위축시키고 수사의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법왜곡죄는 판검사가 어느 한쪽에 유리하거나 불리한 결과를 만들기 위해 법을 왜곡하거나 사실관계를 잘못 판단한 경우 처벌하자는 법이다. 민주당은 내란 사건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의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을 이 법이 필요한 대표 사례로 들고 있다. 또 대장동 수사팀이 피고인인 남욱을 상대로 이재명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압박했다면서 이 역시 법왜곡죄로 처벌해야 할 사건 조작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법원이나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이 명백히 드러난 경우라면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이미 있다. 직권남용죄로 기소하거나 판검사 탄핵제도 등을 활용하면 될 일이다. 처벌 기준이 모호한 법왜곡죄는 오남용과 왜곡 소지가 많아, 결과적으로 사법부와 수사기관의 독립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판사들은 법왜곡죄 시비를 피하기 위해 기존 판례에 안주하는 판결만 양산할 우려가 있다. 시대 변화를 반영한 전향적 판결은 내리기 어려워질 것이다. 수사기관 역시 법왜곡죄로 고소·고발 당하는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방어적으로 수사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권력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수사는 더더욱 기피하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부정이나 부패의 싹을 초기에 자르지 못하면 권력에도 ‘부메랑’이 될 뿐이다.

민주당은 독일의 사례를 벤치마킹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독일에선 법왜곡죄가 진영 논리에 따라 자의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고 실제 적용된 사례도 드물다고 한다. 정치적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는 우리 현실에서도 법왜곡죄가 생기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보복 수사에 악용될 우려가 많다. 더구나 여권 안에서도 충분한 공감대가 없는 법안을 강행해선 사법개혁 전반에 대한 회의론과 반발만 키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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