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의 인사·행정 사무를 담당하는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 폐지와 사법행정위원회 신설을 골자로 하는 여당의 법원조직법 개정안 초안에 대해 “삼권분립에 반하는 위헌적 내용”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사법 불신 극복-사법 행정 정상화 태스크포스(TF)’가 그제 발표한 안에 따르면 사법행정위원회는 13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이 중 최대 9명이 비(非)법관으로 채워진다. 법관은 대법원장 지명 1명, 전국법원장회의 추천 1명, 전국법관대표회의 추천 2명 등 4명뿐이다. 법관 인사를 사법행정위의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한 초안대로라면 대법원장의 인사권은 무력화되고 외부 인사들이 사법부 인사와 예산까지 좌지우지한다.
인사·예산권을 쥔 친여권 위원들이 사법부를 흔들면 사법권 역시 온전히 지키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 초안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는 헌법 101조 1항을 정면으로 위배한다고 할 수 있다. 사법권을 지킬 토대 자체를 무너뜨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정치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사법의 정치화도 가속화할 게 분명하다. 하지만 문제는 민주당이 이런 우려와 비판을 전혀 귀담아듣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제 도입, 내란 전담 재판부 구성 등 논란이 큰 사안들을 ‘사법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거침없이 밀어붙이고 있다. 만약 민주당이 소수 야당이었다면 ‘사법부 장악 시도’라고 펄쩍 뛰며 막아섰을 내용들이다.
각 법원 판사들이 추천한 법관 중 법원장을 선출하는 방식을 되살리는 것도 문제다.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 시행했다가 인기 투표제 논란과 재판 지연의 원인으로 지적돼 폐지된 방식이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일부 판사에게 날개를 달아줄 뿐이다. “사법 행정의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확립하겠다”는 게 TF의 주장이지만 정작 민주는 사라지고 사법부를 손에 쥐려는 여당의 의지만 보인다. 민주당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사법 개혁인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길 바란다.

2 week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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