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주도로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내란특별법은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 등을 담당할 전담재판부를 설치하고 별도의 영장전담판사도 임명한다는 게 핵심이다.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법무부 장관, 판사회의가 추천해 구성하는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재판과 영장심사를 담당할 판사 후보를 2배수로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그중에서 임명하게 돼 있다.
사법부가 가장 우려하는 건 특정 사건을 담당하는 별도의 재판부를 구성한다는 점이다. 법원은 재판의 공정성을 위해 사건을 무작위로 배당하는데, 내란 재판만 특정 재판부에 맡긴다면 이 원칙이 뿌리부터 허물어지기 때문이다. 재판부 선임 과정에 헌재와 법무부 등 외부 기관이 참여하는 게 사법부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내란재판부를 설치하는 게 민주당이 주장하는 ‘신속한 내란 재판 진행’에 부합할지도 의문이다. 당장 윤석열 전 대통령 등 피고인들은 위헌 주장을 할 가능성이 높고, 현 재판부가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면 헌재 결정 때까지 재판이 중단된다. 민주당은 내란·외환 재판만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되더라도 재판을 계속하도록 헌재법을 고치겠다고 하지만, 평등권 침해 소지가 있다. 더구나 나중에 내란재판부 설치가 위헌 판정을 받는다면 큰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민주당 일각에서조차 ‘이제 와 내란재판부를 도입하는 게 맞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도 높은 사법개혁을 주장해 온 조국혁신당도 “위헌·위법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고 요구할 정도다. 민주당은 내란재판부 추진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다만 상황이 여기에 이른 데는 법원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관행을 완전히 뒤집어 가며 윤 전 대통령을 석방했다가 다른 혐의로 다시 구속하는 등의 혼선을 빚으며 비판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8일 사법개혁 방안을 놓고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리고, 9일에는 법원행정처 공청회가 진행된다. 사법개혁은 법원이 스스로 하는 것이 최선인 만큼 더 적극적인 논의에 나설 필요가 있다. 전국법원장회의는 5일 12·3 계엄의 위헌성을 언급하면서 “비상계엄과 관련된 재판의 중요성, 국민의 지대한 관심과 우려를 엄중히 인식한다”고 했다. 다수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가시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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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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