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회 폭거에 맞선 계엄”… 대놓고 ‘내가 윤석열’ 외친 장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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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3일 페이스북 글에서 “12·3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 계엄에 이은 탄핵은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던 국민의힘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이 정당했다고 옹호하며 오히려 탄핵을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장 대표는 법원의 추경호 전 원내대표 구속영장 기각을 들어 “(이로써) 내란몰이가 막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의 계엄 옹호론은 얼마 전 부정선거 음모론자에 대해 “우리가 황교안이다”라고 동조한 데 이어 ‘내란 우두머리’ 피고인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며 “우리가 윤석열이다”라고 외친 격이다. 이날 송언석 원내대표가 “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소속) 의원 모두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하고, 당내 소장파 의원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짓밟은 반헌법적·반민주적 행동”에 대해 사과문을 냈지만 장 대표는 정반대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전당대회에서 ‘윤 어게인’ 세력의 지원을 받아 당선된 장 대표에게 계엄에 대한 사과나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은 사실 기대하기 어려운 주문일지도 모른다. 장 대표는 그간 당내 다른 목소리를 무시하며 ‘이재명 정권 독재 저지’를 외쳐왔다. 중도층이 갈수록 국민의힘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상황에서 ‘체제전쟁’ 같은 극단적 주장으로 당을 몰아가고 있다. 특히 추 전 원내대표 영장 기각을 마치 ‘계엄 면죄부’처럼 여기는 것은 대단한 착각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제1야당이 극단 세력과 주장에 끌려다니면서 정작 장 대표가 그토록 우려한다는 정권의 독주는 사실상 방치되는 역설적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장 대표는 6개월 뒤 지방선거에서 여당 심판과 보수 재건을 다짐하지만, 국민의힘의 자충수가 정부여당의 ‘야당 복’이 되는 현실에서 과연 어떤 결과를 기대하는지 의문이다. 지금 국민의힘이 되새겨야 할 것은 윤 전 대통령의 어처구니없는 친위쿠데타야말로 이재명 정부 탄생의 1등 공신이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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