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2026년, 국가 미래 설계 원년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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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2026년, 국가 미래 설계 원년 돼야

12월이다. 무엇을 정리하고 무엇을 반성해야 하나. 2025년의 대한민국은 그 어느 해보다 ‘갈등의 언어’로 기억될 것이다. 정치의 장은 대화 공간이 아니라 감정의 전장이 됐고, 국회는 타협 대신 고발과 폭로, 보복 절차를 확인하는 곳으로 변했다. 정책은 대안을 만드는 수단이 아니라 책임 공방의 소재로 소진됐으며, 법은 갈등을 조정하는 기준이 아니라 상대를 제압하는 도구로 쓰였다. 사회 전반에 권리의 언어만 넘쳐났고 책임의 언어는 실종됐다. 모두가 피해를 말하지만, 누구도 해결을 말하지 않는 기묘한 시대. 한국 사회는 ‘갈등은 많지만, 방향은 없는 나라’가 됐다.

그러나 이 갈등은 단순히 분열의 결과만은 아니다. 낡은 제도는 한계에 다다랐지만 새로운 시스템은 아직 준비되지 않은 과도기의 징후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갈등을 미래 설계의 동력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싸움의 기술은 이미 충분히 익혔다. 이제 필요한 것은 국가를 설계할 능력이다. 기득권을 향한 비난보다 무엇을 바꿀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이 먼저 나와야 한다. 정치가 충돌을 막는 역할에 머물 것이 아니라 변화의 설계를 책임지는 구조로 거듭나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싸움을 끝내는 나라가 될 것인가, 아니면 미래를 설계하는 나라가 될 것인가. 정치의 영역을 우선하기보다 경제와 사회 현실에 기반한 국민적 설계력이 절실하다. 부동산 정책, 조세체계, 노동시간, 정년 연장,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 개혁은 더 이상 선명성과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세대 간 균형, 계층 간 책임, 그리고 지속 가능한 시스템의 문제다. 특정 세대의 부담을 일방적으로 전가하거나, 아스팔트 집회의 고함만이 정치 결정의 근거가 돼서는 안 된다. 반대의 목소리를 억누르는 정책은 잠시 통과될 수 있지만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

2026년 대한민국이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는 계속 싸울 것인가, 아니면 설계할 것인가?” 정치의 역할은 찬반 조정이 아니라 미래 설계로 바뀌어야 한다. 개헌, 인구와 노동구조 재편, 국가 경쟁력과 세계화 국정 운영 시스템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 설계 과제다. 사회는 권리의 언어보다 책임의 언어를 복원해야 한다. 권리는 요구할 수 있지만, 책임은 감당할 때만 사회적 신뢰를 만든다. 경제 역시 세계 변화와 기준에 따른 ‘시스템 설계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 초저출생과 고령사회, 인공지능(AI) 노동전환기에 이제 필요한 것은 산업정책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의 재구조화다. 튀르키예의 정치적 불안정이 가져온 경제위기와 국가 미래 및 기반 붕괴의 전철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청년인구 급감이 갖는 마지막 사이렌을 극복할 지혜는 결국 정치와 경제다.

과연 정치는, 국가 지도층은 무엇을 보여줬는가. 희망과 미래와 청년의 삶을 보듬었는가. 대한민국의 경제와 국력을 어떻게 세계 속에 자리 잡게 할 것인가. 후손에게 어떤 나라를 꿈꾸게 하겠는가.

이제 필요한 것은 큰 목소리가 아니라 깊은 목소리다. 합의는 다수결 결정이 아니라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미래를 설계하는 과정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직면한 갈등은 해결되지 않은 채 오래 방치된 구조적 문제의 누적 결과다. 갈등은 나쁘지 않다. 다만 그 갈등이 내일을 향해 열려 있어야 한다. 사회적 합의란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결론이 아니라 모두가 감당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이다. 더 늦기 전에 과거에서 벗어나 설계 능력으로 국가 역량을 전환해야 한다. 정치의 선순환은 우리 모두의 생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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