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水 패권' 경쟁장 된 메콩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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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水 패권' 경쟁장 된 메콩강

물 부족 국가는 자연적 또는 인공적으로 확보한 수자원이 국민의 수요를 충족하지 못해 물 부족 현상이 발생하는 나라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여름철 강수량이 많고, 인구의 50% 이상이 한강 유역인 수도권에 밀집해 상대적으로 물 부족을 체감하기 어렵다. 지난달 브라질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UNFCCC COP)가 폐막했다. 기후 위기와 그에 따른 ‘물의 정치화’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

물 부족의 가장 큰 원인으로 기후변화가 지목된다. 기온 상승에 따른 증발량 증가와 강수 패턴의 변화는 안정적인 물 공급에 직격탄이다. 아시아의 많은 개발도상국은 산업화를 앞세우며 산림을 파괴하고, 그 자리에 공장을 세운다. 이 과정에서 지하수와 수원이 고갈돼 물 부족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 특히 인도차이나반도에서 벌어지는 물 부족 현상은 단순히 기후변화나 자연재해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그 이면에는 구조적이고 정치적인 원인이 도사리고 있다. 국경을 가로지르는 강줄기를 사이에 두고, 국가들은 물을 자원이자 권력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흐르는 물을 통제하는 자가 협상력을 쥐게 된 오늘, 메콩강은 하나의 외교 카드가 돼버렸다.

메콩강은 인도차이나반도의 수도관이다. 티베트 히말라야에서 발원해 중국, 라오스,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를 거쳐 베트남의 하류를 통해 남중국해로 빠진다. 세계에서 열두 번째로 긴 강으로 알려져 있으며 길이는 약 4000~4800㎞에 달한다. 대부분 강처럼 하류 삼각주는 퇴적 작용으로 가장 비옥한 토지가 돼 농업, 수산업에 매우 유리하다. 메콩강 삼각주가 있는 베트남 역시 많은 인구가 메콩강을 중심으로 1차산업에 종사하기 때문에 이곳은 인구밀도가 매우 높다. 그런데 문제는 메콩강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이다.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해 바닷물이 육지로 침투하면서 경작지가 줄어들고, 농·수산업 종사자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메콩강의 위기는 기후변화뿐 아니라 국제 자원 정치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류부터 하류까지, 메콩강을 지나는 국가들 대부분이 댐을 건설했기 때문이다. 언뜻 보면 인도차이나반도 국가들은 개발도상국, 특히 최빈국이 많아 대규모 전력 개발이 필요할까 싶지만 이들 국가는 오래전부터 댐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이를 인접국에 수출해 왔다. 메콩강 유역 국가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댐을 독자적으로 건설·운영하면서 주변국과 충분한 협의 없이 수문을 열거나 닫는다.

이로 인해 인접 국가의 마을이 갑작스러운 수위 변화로 침수되거나, 반대로 강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수위가 급감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토사가 댐에 막혀 비옥한 퇴적물이 하류로 전달되지 않는 데다,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폐기물과 오염 물질이 하류에 쌓이면서 수질 오염 문제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현재와 같은 속도로 경작지가 줄어들면 향후 100년 안에 메콩강 하류 삼각주의 40%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 정부는 메콩강 보호를 지속 가능한 개발의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을 비롯한 국제기구들 역시 복구와 보존을 위해 다양한 구상을 내놓고 있다. 일본과 미국은 원조 프로젝트를 통해 상류 국가들, 특히 중국의 수자원 독점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국제 정치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뒤엉키는 것이다. 메콩강은 이제 단순한 자연 자원이 아니다. 물을 둘러싼 경제적, 외교적 셈법이 충돌하는 지정학적 갈등의 무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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