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롤러코스터다. 11월에 벌어진 미국의 두 가지 사건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 4일 뉴욕시, 뉴저지주, 버지니아주 선거는 ‘백악관에 대한 중간평가’이고, 내년 중간선거의 예고편이었다.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의 패배는 무당층 이탈 영향이 컸다. 민주당은 ‘트럼프의 공화당’이라는 이미지를 부각했지만, 공화당 후보들은 트럼프와 거리를 두려고 했다. 뉴욕, 뉴저지, 버지니아에서는 확실히 트럼프가 공화당의 ‘힘’이 아니라 ‘짐’이 됐다. 민주당은 승리했고, 환호했다.
1주일 후 민주당은 초상집이 됐다. 셧다운 종료 표결에서 민주당 상원의원 8명이 이탈했고, 전선이 무너졌다. 지난달 1일 내년 연방정부 예산안을 부결시켜 연방정부 셧다운의 칼을 꺼내 든 것은 민주당이었다. 소위 오바마케어로 알려진 의료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선 민주당의 선전포고였다.
공화당과의 기 싸움은 43일 동안 지속됐다. 트럼프와 공화당은 연방정부의 식량지원(SNAP)으로 연명하는 4500만 명을 굶겼고, 130만 미군의 급여 지급을 막으며 셧다운의 모든 책임을 민주당에 돌렸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양측을 지지하는 여론이 팽팽히 맞선다고 연일 발표했다. 그런 가운데 지난 12일 사실상 공화당이 제안한 예산안이 통과되고 셧다운이 종료된 것이다. 12월 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 법안을 다시 표결한다고 했지만 민주당은 이미 지렛대를 잃었고, 무기도 마땅치 않다.
정치에서 오르막은 내리막의 예고이고, 내리막은 반전의 가능성이기도 하다. 문제는 치고 올라갈 내적 동력이다. 꽤 오랫동안 민주당은 그 힘을 보여주지 못했다. 트럼프의 집권 1년 차 지지율이 극히 낮은 상황에서 정국을 주도하기는커녕 내부 균열만 노출했다. 균열의 한 축은 이념 갈등이다. 진보파는 “중도파가 당의 핵심 입장(의료·사회복지 확대 등)을 버렸다”고 공격했다. 다른 축은 당권·지도부에 대한 반발이다. 당 지도부(특히 상원 지도부)가 중도파 의원들에게 일종의 타협을 용인하고, 당 내부 의사결정 구조가 흐트러진 것이 이번 사태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사실 민주당의 분열은 11월 4일 선거에서도 드러났다. 뉴욕시장 선거에서 조란 맘다니는 큰 차로 승리했으나 민주당 지도부와 주류에게 외면당했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끝까지 지지 표명을 하지 않았다. 진보파는 맘다니의 전략을 따라 기후, 복지, 인권 등의 가치를 주장했다. 반면 버지니아의 애비게일 스팬버거와 뉴저지의 마이키 셰릴 후보는 전통적 가치, 군복무 경력, 공공 봉사를 강조해 중도 진영의 안정감으로 승리했다. 중도파는 ‘정책 실현 가능성과 중도적 확장성’을 강조한다. 두 진영의 이념적 갈등이 충돌한 것이다.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주목해 볼 사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민주당이 ‘어떤 인물·정책’으로 유권자에게 다가갈지에 관한 선택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중도 타협 노선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진보적 아젠다로 전환할지가 관건이다. 둘째, 내부 갈등이 지속되면 민주당은 선거운동에서 일관된 메시지를 내지 못할 것이다. 셧다운 사태처럼 균열이 공개적으로 발생하면 공화당의 역공에 당할 수 있다. 셋째, 반대로 이 갈등이 건설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유권자 기반(젊은 층, 소수민족, 좌파적 유권자)을 민주당이 확보하고, 중도파와 진보파가 영리하게 협업하면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선거까지 남은 기간에 당 지도부가 의원들을 결집하고 내부 전략을 재정비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3 week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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