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코스닥이 멈추면 K혁신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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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코스닥이 멈추면 K혁신도 멈춘다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1월 경제정책 점검회의에서 “주가 상승을 통해 국민 자산소득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며 자본시장의 역할을 강조했다. 주가가 오르면 가계의 부(富) 효과가 커지고 기업의 투자 여력도 확대된다. 그러나 이런 정책 기조가 유가증권시장 중심으로만 흘러가면 한국 경제의 미래 성장축을 담당할 코스닥시장이 오히려 소외될 위험이 있다.

코스닥시장 침체의 첫 번째 이유는 기관투자가의 부재다. 코스닥에서 기관·법인은 30%대, 연기금의 코스닥 비중도 3% 수준이다. 유동성이 얇아 가격이 쉽게 흔들리고 장기 자금이 머물기 어렵다. 원래 위험이 큰 성장기업에는 연기금·대형 기관이 투자하고, 국민은 더 안정적인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코스닥시장(고위험)은 개인이, 유가증권시장(저위험·대형주)은 기관이 투자하는 역전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이 문제는 제도적 안전망 부재에서 비롯된다. 해외 선진시장은 이를 오래전부터 제도적으로 해결해 왔다. 특히 영국 AIM의 Nomad 제도와 캐나다 TSX-V의 공시·감독 체계는 지금도 시행 중이며, 성장기업 시장의 신뢰를 유지하는 핵심 장치로 자리 잡고 있다. 두 시장 모두 낮은 상장 문턱에도 감독 공백을 허용하지 않는 구조를 통해 기관투자가의 참여 기반을 만들어왔다.

둘째 원인은 기업 자체의 회계·공시 신뢰 약화다. 기술특례를 통한 문턱 완화는 긍정적이지만, 일부 기업의 회계·공시 이슈는 시장 전반의 신뢰를 흔들었다. 이는 기술특례 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적자 기업의 미래 가치 부풀리기, 연구개발(R&D) 자본화의 불투명성, 내부통제 미비 등 성장기업 전반에서 나타나는 정보 품질 문제다.

미국 나스닥은 기업 규모에 따라 일부 차등 적용은 있지만, 기술기업이라도 재무보고 내부통제(ICOFR)와 리스크 공시를 엄격히 요구한다. 싱가포르 SGX는 기준 미달 기업을 감시 목록에 편입해 개선 계획을 지속 점검하며, 홍콩 HKEX는 매년 공시 품질 점검을 통해 미래 전망·기술 공시를 집중적으로 검증한다. 물론 코스닥시장도 관리종목 지정 제도와 내부회계관리제도 등 유사 장치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가 ‘공시를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시장’으로 보기에는 여전히 개선 여지가 있다. 코스닥 역시 상장 전 통합 심사, 상장 후 관리구간 설정, 공시 템플릿 도입 등 질 중심의 공시 개혁을 통해 신뢰 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원인은 산업 포트폴리오의 협소함이다. 코스닥시장은 바이오 중심 구조를 장기간 유지해 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컸다. 반면 나스닥은 인공지능(AI), 반도체, 클라우드, 헬스케어 등 다양한 산업을 포용하며 시장의 깊이를 확보했다. 코스닥은 AI, 로봇, 반도체 장비, 디지털 서비스 등 미래 산업 중심으로 산업 지형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마지막 과제는 정보 인프라 혁신이다. 코스닥은 기술·재무·위험 정보가 분절돼 기관이 기업을 분석하기 어렵다. 기술·재무·리스크 데이터를 통합 제공하는 ‘K테크 데이터 허브’를 구축해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해외 성장시장이 제도적으로 구현해 온 신뢰 구조를 데이터 기반 한국형으로 실현해야 한다.

코스닥시장이 멈추면 한국의 혁신도 멈춘다. 정부는 이제 유가증권시장뿐 아니라 코스닥 부활을 국가 경제전략의 핵심 아젠다로 삼아야 한다. 국민 다수가 참여하는 코스닥의 체질 개선은 곧 민생경제의 회복, 혁신경제의 성장, 국가 경쟁력의 미래 준비를 동시에 달성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면 코스닥시장은 다시 한번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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