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준의 인문학과 경제] 네 이웃을 사랑하라, 경제가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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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준의 인문학과 경제] 네 이웃을 사랑하라, 경제가 살아난다

경제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애덤 스미스는 정식 경제학자가 아니었다. 그가 여러 해 동안 경제 문제를 연구했고 그 연구를 바탕으로 <국부론>이라는 고전을 썼지만, 그의 원래 전공은 굳이 따지자면 인문학 쪽에 가까웠다. 그의 첫 저서는 <국부론>보다 17년 앞서 1759년 출간한 <도덕감정론>이었다. 이 저서의 바탕은 스미스가 교수로 있던 글래스고대에서 가르치던 ‘도덕철학’ 강의록이었다.

경제 ‘비전공자’인 스미스가 체계적인 경제논설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시대의 요구 때문이었다. 당시 영국은 시장경제 체제가 정착하며 사회가 변하고 있었고, 대서양 건너 서인도제도와 북미주에 식민지를 개척해 무역망을 활발하게 구축하고 있었다. 이 같은 시대에 경제 문제에 관심을 기울인 이들은 무역이나 금융 등 실제 경제계 종사자만은 아니었다. 스미스 같은 도덕철학 연구자도 경제 담론의 장에 합류했고, 영국 성공회 성직자들도 다수 경제 문제에 대한 견해를 발표했다.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 조사이아 터커다. 그는 <국부론>이 나오기 2년 전인 1774년 <정치 및 상업적 주제들에 대한 네 편의 논설(Four Tracts on Political and Commercial Subjects)>을 출간했다.

이 저서에는 두 편의 설교문이 붙어 있다. 저자의 공식적 직업과 비공식적 관심사가 잘 결합된 글들이다. 이 글들에서 터커가 주장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상업은 남에게 필요한 바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것이기에 ‘자기 이익’과 ‘사회의 이익’을 조화시킨다. 이것은 기독교의 이웃 사랑 정신에 부합한다. 같은 원칙에 따라, 정치권력에 편승해 독점과 특혜를 통해 이웃에게 돌아갈 이익을 가로채는 행동은 비난받을 일이다. 단지 종교적 윤리의 문제만은 아니다. 독점과 특혜를 통해 특정 개인에게 국부가 집중되기 시작하면 한 나라의 가용한 노동과 자원이 제대로 순환하지 못한다. 소비에서도 이웃 사랑 원칙은 유효하다. 불의하게 얻은 돈으로 과잉 소비를 하는 개인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점차 망친다. 이기심에 찌든 그의 인간성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그가 쓰는 돈이 경제에 미치는 혜택도 실제로는 크지 않다. 반면에 양심이 마비되지 않은 선량한 사업가는 소유한 물질을 신중히 사용한다. 그는 절제된 소비를 하기에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해칠 일이 없다. 또한 그의 여윳돈은 가족과 어려운 이웃에게 흘러가기에 여러 사람이 혜택을 공유한다.

이와 같은 터커의 주장은 현실을 모르는 이상론에 불과하다고 일축하는 이들이 우리 시대에는 적지 않을 듯하다. 권력과 결탁해 거액을 획득하고 그 돈으로 살아 있는 권력의 보호를 받는 자들의 당당함을 보며, 정직과 절제가 무슨 소용이 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불의한 방식으로 거액의 부를 성공적으로 챙긴 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시민들 대부분은 정직한 경제활동을 통해 비록 소박하더라도 떳떳한 보상을 추구한다.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이때, 이 나라와 이 세상은 이런 선량한 이들이 절대다수이기에 올해도 유지됐음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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