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그 과자는 밀가루, 설탕, 팜유 등으로 만든다. ② 느닷없는 폭우로 a, b, c 등 몇몇 지역이 피해를 보았다. ③ 정치, 경제, 사회 등 여러 분야에 걸친 개혁.
①의 과자를 만드는 데 콩가루도 쓰이는지 물으면 뭐라고 답할까?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하는 게 무난하다. ②의 폭우로 피해를 본 지역은 a, b, c뿐일까? 이 질문에도 딱 부러지게 대답할 수 없다. ③의 개혁 분야에 문화는 포함될까, 안 될까? 이 정답도 "모르겠다". 모조리 모호하다. 뜻이 하나가 아니어서다. '등'이 모든 것을 자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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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국어대사전 캡처
'등(等)'에 대한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를 보라. 명사나 어미 '-는' 뒤에 쓰여 그 밖에도 같은 종류의 것이 더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라는 것이 첫째다. 문제는 이와 다른, 어떤 면에서는 정반대인 둘째가 첫째 정의만큼 강력하다는 점이다. ①∼③ 답들이 궁한 까닭이 분명해졌다. 첫째와 둘째의 충돌 탓이다. '등'을 쓰려거든 친절하게 써야겠다.
①을 바꾸어 써보자. 그 과자가 그렇게 세 가지 재료로 만든다면 "그 과자는 밀가루 설탕 팜유로 만든다" 한다. '등'을 쓰겠다면 "그 과자는 밀가루 설탕 팜유 등 세 가지 재료로 만든다" 한다. 만일 밀가루와 함께 콩가루도 재료로 쓰는 과자라면 "그 과자는 밀가루 콩가루 설탕 팜유로 만든다" 하거나 "그 과자는 밀가루 콩가루 설탕 팜유 등 네 가지 재료로 만든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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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국어대사전 캡처
마찬가지다. ②에서, 피해를 본 곳이 a b c 셋이라면 바꿔 쓴 ①처럼 쓰는 것이, 달리 해석될 여지를 막는 길이다. ③에서도 개혁이 정치 경제 사회 등 세 분야에만 걸쳐 있다면 '여러' 대신 그렇게 '세'를 쓰는 게 선명하다. '등'은 글을 맥 빠지게도 한다. 되도록 안 쓰는 게 낫다. 어쩔 수 없어 쓰더라도, 등 앞에 있는 것 외에 뭐가 더 있다고 하는 쓰임인지, 앞에 열거한 대상을 한정하는 쓰임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정확함'이 중요한 글이라면 더 말해 무엇하랴.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박재역, 『교열기자의 오답노트』, 글로벌콘텐츠, 2017
2. 강원국, 『대통령의 글쓰기』, 메디치미디어, 2014
3. [이런말저런글] 화적들의 등접것, 문장 칠적(七敵) 고발합니다 (송고 2025-08-26 05:55) - https://www.yna.co.kr/view/AKR20250825073700546
4. 네이버 국어사전 우리말 바로쓰기 제공,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 '등(等)'의 쓰임 - https://ko.dict.naver.com/#/correct/korean/info?seq=284
5. 표준국어대사전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6월08일 05시5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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