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외국어 텍스트 번역을 두고 '가'는 '나'와 의견을 나누다 얼굴을 붉히고 만다. 누가 봐도 분명한 오류가 원문에 보여서, 그건 그대로 'a'로 쓰지 말고 우리가 바로잡아 'b'로 쓰자 했더니 '나'가 반기를 들어서다. a로 써야 한다고, 그게 온전한 번역이라고, 그래야 우리가 책임을 안 진다는 거다. 일리가 없진 않다. 실수를 단정하기 어렵고 그 실수가 '의미 있는' 내용이라는 전제가 성립된다면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다른 의미로 볼 여지가 아예 없고 유머를 일부러 구사한 표현도 아닌데, 'a piece of cake' 해야 할 자리에 'a piece of coke'가 있다 하여 케이크를 콜라로 받아들여선 안 되잖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직역을 해야한다며 이를 '한 조각의 케이크'라 한다. '한 조각의 콜라'라 하지 않은 것을 다행스럽게 여겨야 할지 고민이다. 문맥을 보니 이것은 "식은 죽 먹기"로 쓰는 말 아닌가. 요즘 속된 말로 "껌이다" 하여 퍽 쉽다는 뜻이다. '한 조각의 케이크'는 직역이고 '식은 죽 먹기'는 의역이라고? 하나는 글자 옮기기이고 다른 하나는 글 쓰기 아닐까. 번역도 글쓰기다. 글자만을 옮긴 '한 조각의 케이크'는 그래서 번역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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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국어대사전 캡처
플라톤의 '국가' 한국어본이 최근 정암학당 네 연구원(강성훈·김주일·김혜경·정준영)의 번역으로 출간됐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공역자 정준영 연구원을 인터뷰한 기사가 한 일간지(※ 참고)에 실렸다. 번역 작업에 13년이 걸렸고 가장 큰 난점은 그리스어 원문이 품은 엄밀한 철학적 의미를 정확히 드러내는 우리말 찾기였다는 대목이 생각거리를 준다. 기사에 따르면 공역자들은 끊임없이 대화했다. 학술적 엄밀성을 놓치지 않는 동시에 서로에게 배우려는 열린 태도로 말이다.
플라톤 저술도 모두 대화 형태로 돼 있다. 그의 책들을 '플라톤의 대화편'이라고 하는 이유다. 스승 소크라테스가 주인공으로 나와 여러 등장인물과 묻고 답하기를 반복한다. '국가'도 같은 형식의 책이다. 원제 '폴리테이아'는 그리스 도시국가인 '폴리스'에서 유래했다. 이후 라틴어 '레스 푸블리카(Res publica)'로 번역되어 영어 '리퍼블릭(Republic)'으로 옮겨졌다. 공공의(푸블리카) 일이나 것(레스)을 다루는 국가, 바로 그것을 다룬 책이 '국가'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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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국어대사전 캡처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플라톤 저. 편역 이환, 『국가론』(폴리테이아-옮긴이), 돋을새김, 2006 (성남시 전자도서관, 제공처 교보문고)
2. 톰 보틀러 보든 저/이시은 역, 『세계 철학 필독서 50』, 센시오, 2023 (성남시 전자도서관, 제공처 YES24)
3. 플라톤의 대화편 폴리테이아 1 의 분석(이정호 논문, 1984, 철학논구, Vol.12, pp. 43-58.)
4. 한겨레신문 기사, "플라톤 대표작, 최대한 오역 줄이려 넷이 13년 걸려 번역" (강성만 기자, 수정 2026-04-16 20:31 등록 2026-04-16 18:37) - https://www.hani.co.kr/arti/culture/religion/1254584.html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4월20일 05시5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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