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없으면 망한다" 우려 딛고…6000조원 '애플 제국' 만든 팀 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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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 없으면 망한다" 우려 딛고…6000조원 '애플 제국' 만든 팀 쿡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65)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창업자 스티브 잡스에 이어 애플 지휘봉을 잡은 지 15년 만이다. 애플은 20일(현지시간) 존 터너스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50)이 차기 CEO로 오는 9월 취임한다고 발표했다.

1998년 애플에 입사한 쿡은 잡스가 사망한 2011년 CEO에 취임했다. 글로벌 공급망 전문가로서 재고 관리 효율을 높이고, 중국을 아이폰·맥북 생산 기지로 만들며 애플 제국의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쿡 CEO는 아이클라우드, 애플TV, 애플뮤직 등을 내놓으며 서비스 사업에도 진출했다. 서비스 부문은 지난해 애플 매출의 약 4분의 1을 차지했다. 그가 재임한 시기 애플 시가총액은 3567억달러에서 4조130억달러(약 5902조원)로 11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쿡 CEO는 이사회 의장으로 남는다.

후임인 터너스 수석부사장은 아이폰17, 아이폰에어 등의 개발을 주도한 하드웨어 전문가다. 수석부사장 10명 중 가장 젊다. 최근 아이폰에어, 맥북 네오 등 주요 제품을 발표할 때 쿡 CEO보다 비중 있게 등장하며 회사의 ‘얼굴’ 역할을 했다. 터너스 수석부사장은 이날 애플 홈페이지를 통해 “애플이 수년간 이뤄낼 일에 대한 낙관으로 가득하다”고 했다.

'공장없는 애플'서 공급망 최적화…파산 직전의 회사를 현금부자로
효율에 갇혀 AI 속도전 뒤처져…'과도한 中 의존' 리스크도 남겨

"잡스 없으면 망한다" 우려 딛고…6000조원 '애플 제국' 만든 팀 쿡

“우리는 선지자를 잃었다(The world has lost a visionary).”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2011년 10월 사망했을 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렇게 탄식했다. 비틀스의 존 레넌이나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에 비견되던 잡스의 뒤를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이어 받은 지 15년. ‘이제 망했다’던 애플의 시가총액은 11배 넘게 증가했고, 그동안 아이폰과 맥북은 경쟁자가 넘보기 힘든 해자(垓字)를 구축했다. 그럼에도 쿡 CEO를 잡스 같은 ‘선지자’로 표현하는 이들은 없다. 최고의 경영자였지만 혁신가는 아니었던 쿡의 명암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잡스 혁신 완성한 관리자

쿡 CEO는 생산·공급망 관리 전문가다. 공장을 보유하지 않은 애플의 공급망은 전 세계에 퍼져 있다. 이런 애플의 물류·제조 방식을 최적화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게 쿡 CEO가 평생 해온 일이다.

첫 직장인 IBM에서 12년간 일하며 재고를 최소화하는 ‘JIT’(just in time) 생산 방식에 눈을 떴다. 컴팩의 자재 관리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겨서도 아웃소싱 업체에 재고 비용을 넘기는 모델을 구상하고 체득했다. 평생 하드웨어 중심 기업에 몸담았지만, 쿡은 자사 제품을 우유와 생선 같은 신선식품으로 취급했을 정도의 ‘재고 혐오자’로 알려져 있다.

쿡 CEO의 이 같은 능력은 1998년 애플로 이직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애플은 방만한 재고 관리로 1996년과 1997년 2년 연속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고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 애플 CEO로 복귀한 잡스는 쿡을 사업 운영 수석부사장으로 데려왔다. 쿡은 애플에 오자마자 생산 대부분을 외부에 아웃소싱하고 재고를 7개월 만에 30일치에서 6일치로 깎아냈다. 애플은 그해 곧바로 흑자로 전환했다.

훗날 잡스가 쿡 CEO를 자신의 후계자로 삼은 배경이다. 쿡이 CEO로 재임한 15년 동안 애플 시가총액은 3567억달러(2011년 8월)에서 4조130억달러(2026년 4월 21일·약 5902조원)로 11배 넘게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지정학적 위기에서도 쿡의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는 빛을 발했다. 이 덕분에 애플은 ‘현금 만드는 제국’이란 칭송을 유지했고, 워런 버핏 같은 가치투자 대가들은 ‘쿡의 애플’을 추켜세웠다. 미완성 단계였던 잡스의 혁신성을 쿡이 완성시켰다는 데 전문가들의 대부분이 동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외부서 ‘AI 투자 인색’ 비판도

이 같은 ‘관리형’ 경영은 인공지능(AI) 시대 들어 쿡 CEO를 비판받게 하기도 했다. 스마트폰 혁명을 이끈 애플이 여전히 안정과 효율에 치중하며 투자에 인색했다는 평을 들어서다. 애플의 올해 회계연도 설비투자 규모 예상치는 약 140억달러로, 1000억달러를 웃도는 마이크로소프트(MS)나 메타 등에 비해 훨씬 적은 수준이다. ‘혁신의 대명사’였던 애플은 과거부터 내부에서 필요한 것을 만들어낸다는 문화가 강했지만, 쿡 CEO 재임 기간 그 정도가 강해졌다는 평가다.

이 같은 비판은 회사 안팎을 가리지 않고 나온다. 애플의 서비스 부문 수석부사장인 에디 큐는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주장하며 쿡 CEO의 반대편에 섰다.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자인 맷 머피는 “애플은 모든 걸 내부에서 만들고 싶어하지만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는 게 의아하다”고 평가했다.

과도한 중국 의존도 역시 쿡이 남긴 리스크로 평가된다. 중국에 생산시설을 집중시켜 효율을 극대화하고 중국 정부 검열을 묵인하면서까지 핵심 시장으로 키웠지만, 이젠 그 감당을 하지 못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미·중 갈등 시대가 열리자 더 타격을 받는 요인이 됐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박한신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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