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 〈374〉 [AC협회장 주간록84] 2035년 모태펀드 공백, 한국 벤처생태계 가장 큰 리스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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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 〈374〉 [AC협회장 주간록84] 2035년 모태펀드 공백, 한국 벤처생태계 가장 큰 리스크 된다

우리나라 벤처생태계는 지난 20년 동안 눈에 띄는 성장을 이루어냈다. 2005년 1245억원으로 시작했던 모태펀드는 2024년 기준 8조원이 넘는 규모로 확대됐고, 벤처투자조합은 5조원에서 61조원까지 늘어났다. 벤처투자회사 수도 102개에서 249개로 증가하며 생태계 전반의 두께가 달라졌다. 이 변화는 단순한 경기 흐름의 결과가 아니라 모태펀드라는 국가 마중물 자금이 꾸준히 공급된 데 따른 구조적 성과다. 특히 모태펀드가 단순한 예산 집행 기관을 넘어 회수재원까지 다시 재투자하는 Fund of Funds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는 점에서, 우리 벤처투자 시장 안정성과 지속성을 지탱한 핵심 인프라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2035년이라는 커다란 위험 앞에 서 있다. 현행 법체계에 따르면 모태펀드는 2035년까지만 존속할 수 있다. 단순한 기한이 아니라, 그 시점 이후에는 신규 펀드가 결성될 수 없다는 의미다. 모태펀드 회수재원 규모가 전체 출자재원의 30%인 약 5조원이며, 이를 통해 최소 14조원 규모의 자펀드를 조성할 수 있는 구조임을 감안하면, 이 플랫폼이 사라질 경우 발생하는 충격은 단순한 정부지원 프로그램 종료에 그치지 않는다. 벤처투자 시장 자체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특히 문제는 2035년 당일에 갑자기 위기가 도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2027~2028년 즈음부터 신규 펀드 결성이 점차 줄어들고, 2030년대 초반에는 초기기업 투자 공백이 본격 나타나며, 민간 LP 불안감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벤처투자는 본질적으로 고위험·장기투자이기 때문에 자금 예측 가능성과 지속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술 개발에는 5년에서 10년이 걸리고, 시장 진입과 확장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구조에서 정책적 마중물이 끊기면 생태계는 급격하게 후퇴한다. 초기 단계는 특히 민간이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에 공백은 더욱 크게 나타난다.

더욱이 일부에서 주장하는 “정부 자금이 민간을 구축한다”는 논리는 실제 데이터로 뒷받침되지 않는다. 벤처캐피털이 결성한 펀드의 약 62%가 정책자금 수혜 경험이 있으며, 모태펀드가 존재할 때 민간 출자자가 동반 유입되는 패턴이 꾸준하게 나타났다. 이는 정부자금이 시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는 신뢰의 기반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의미한다. 모태펀드를 'Gravity'로 표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가 시장의 첫 신호를 만들어주면 민간이 따라 들어오는 구조가 20년간 실제로 작동해 왔다.

글로벌 경쟁 환경을 봐도 상황은 더 명확해진다. 미국은 CHIPS Act를 통해 반도체·딥테크 분야의 국가 단위 투자를 강화하고 있고, 유럽연합은 EIC 펀드를 확대하며 자국의 기술자산을 보호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역시 국가 테크펀드를 운용하며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딥테크 분야는 민간자본만으로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이 공통된 인식이다. 기술력 확보에는 10년 이상 기간이 필요하고, 대규모 R&D가 불가피하며, 초기 리스크가 높기 때문이다. 이런 산업 구조에서 정부 마중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모태펀드의 만기 문제는 단순히 한 기관의 존속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미래 성장동력과 직결된 문제다. AI, 반도체, 바이오, 우주항공 등 국가 전략산업의 기반은 초기기업의 기술 혁신에서 시작되며, 그 혁신의 재원은 대부분 초기 단계에서 공급된다. 이 구간이 무너지면 생태계 전체가 함께 흔들린다. 2035년 모태펀드 공백은 곧 한국 기술창업 생태계의 전략적 공백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예산 확대가 아니다. 이미 입증된 재투자 구조를 유지하고, 법적 존속기한을 100년 등 장기 구조로 전환해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일이다. 정책 신뢰는 시장 신뢰로 이어지고, 시장 신뢰는 민간자본 귀환으로 이어진다. 벤처생태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20년 누적된 생태계를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 지금 모태펀드 만기 연장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는 특정 기관을 지키기 위한 움직임이 아니라, 한국 벤처생태계 전체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정책의 타이밍은 언제나 중요하다. 우리는 지금, 한국 기술 창업의 미래를 결정할 분기점에 서 있다.

전화성 초기투자AC협회장·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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