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한 해 동안 1만7000대에 못 미쳤던 제네시스 미국 판매량은 이듬해 5만 대 수준으로 급증했다. G70, G80 등 세단만 있던 제네시스 라인업에 GV80, GV70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추가된 덕분이었다. 현대자동차가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미국에 선보인 게 2016년이다. 그렇게 제네시스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미국 고급차 시장에 단 5년 만에 안착했다.
11월부터 관세 15%로 내려가
한·미 양국이 관세협상을 마무리하고, 한국 자동차업계가 가슴을 졸이며 기다린 관련 법이 지난 26일 국회에서 발의됐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을 낸 것이다. 3500억달러(약 51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이행하기 위한 법률인데, 이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돼야 한국산 자동차와 부품의 미국 관세가 25%에서 15%로 낮아지는 근거가 마련된다. 국회 발의로 이달 1일로 15% 관세가 소급 적용되면 현대차와 기아는 미리 낸 25% 관세의 10%에 해당하는 2600억원가량을 돌려받는다. 부품사를 포함하면 그 규모는 4000억원으로 불어난다. 13년 소송 끝에 론스타로부터 돌려받은 금액과 같은 규모다.
한국 자동차업계는 이제 미국 시장에서 일본, 유럽 브랜드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됐다. 최대 라이벌인 일본 차들은 지난 7월 관세협상을 마무리 짓고 9월부터 15% 관세만 내고 있다. 폭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유럽 차들도 8월부터 15% 관세만 물고 있다. 한국만 25% 관세를 냈던 데서 이제 모두 15% 관세를 내고 승부를 벌이게 된 것이다.
이제부터 승부를 가르는 변수는 품질과 디자인, 그리고 기술 혁신이다. 현대차와 기아 등 완성차 회사들은 관세 극복에 쏟았던 역량을 매력 있는 자동차를 만드는 작업에 서둘러 돌려야 한다는 얘기다.
차량 혁신으로 이어져야
미국에서 인기 높은 SUV와 하이브리드카 신차를 차질 없이 내놓는 동시에 기존 차량의 디자인과 품질을 끌어올리는 건 기본이다. 기아가 PV5 등 목적기반차량(PBV) 시장에 진출한 것처럼 새로운 도전을 통해 경쟁의 ‘판’을 바꾸는 노력도 멈춰선 안 될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저력을 보여준 제네시스는 명실상부한 럭셔리 브랜드 반열로 끌어올려야 할 터다. 세단 위주의 제네시스에 SUV를 추가해 럭셔리 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것처럼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브랜드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의미다. 2021년 미국 시장에 투입한 GV70과 GV80은 지난해 미국에서만 5만 대나 팔렸다. 풀사이즈 전기 SUV인 GV90을 내놓고, 고성능 트림인 ‘마그마’를 제네시스 전 모델에 투입하는 게 관세 타결 이후 본격화할 ‘제네시스 업그레이드 프로젝트’의 시작이 될 것이다. 이런 혁신이 끊이지 않을 때 ‘싸고 좋은’ 중국 전기차들을 물리칠 수 있다.
자동차산업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전략산업’이다. 작년 한국 자동차산업 수출의 생산 유발액은 2365억달러(약 347조원)로 주요 수출 품목 중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한국 자동차업계가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기업은 물론 정부와 시민사회 모두 도와야 하는 이유다.

1 week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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