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농 ‘지원’보다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기고/김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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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석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 청년농업인을 늘리면 농업의 미래가 보장될까? 그렇지 않다. 농촌에 청년을 데려오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청년이 농촌에 남아 농업으로 먹고살게 하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청년농 정착을 위해 농지·자금·교육·정착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펼쳐 왔다. 농업의 세대교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몇 명을 농촌에 들어오게 했는가’가 아니라 ‘몇 명이 농업으로 지속적인 소득을 만들고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농업의 출발은 생산이다. 하지만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하는 것은 시장이다. 아무리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도 팔 곳이 없다면 농업은 지속될 수 없다. 청년농 정책의 다음 단계가 시장이어야 하는 이유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 ‘청년농, 협업·상생의 길을 잇다’이다. 핵심은 새로운 지원사업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청년농이 생산한 농산물이 소비자를 만나고, 실제 소득으로 이어지는 길을 만드는 데 있다. 이 과정에서 국립식량과학원은 품종과 재배 기술을 개발하는 데서 머무르지 않고, 연구개발(R&D)의 성과가 현장의 청년농과 유통·가공·소비시장으로 이어지도록 그 영역을 확대해 왔다. 특히 쌀을 비롯한 식량 작물이 단순한 원물에 머물지 않고 가공과 상품화를 통해 새로운 시장으로 확장하는 것은 식량 산업의 미래와도 직결된다. 현장에서는 그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다. 국립식량과학원은 청년농 생산 농산물의 판로 확대를 위해 고속도로 휴게소를 새로운 유통 플랫폼으로 주목했다. 그 결과 충북·전북 관내 휴게소 10개소에 청년농이 생산한 쌀과 콩을 공급했다. 최근에는 전북 지역 휴게소 26개소에서 청년농 가공품 판매가 시작됐다. 작은 변화처럼 보이지만 의미는 작지 않다. 생산자가 농산물을 만들어 놓고 소비자를 찾아다니는 방식에서 벗어나 공공기관과 유통망이 시장 진입의 길을 연결한 것이다. 청년농이 농산물을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으로 만들고, 이를 새로운 유통망과 연결한다면 생산·가공·유통·소비가 하나의 가치사슬로 이어질 수 있다. 이제 청년농 정책도 판로를 첫 단계부터 설계해야 한다. 무엇을 생산할 것인가를 정하기 전에 누가 소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교육과 자금 지원 이후 판매처를 찾는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시장과 연계해 품목과 상품을 기획하고 생산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개별 농가의 힘만으로 시장을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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