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곤 PD가 신작 ‘임진왜란: 조선의 반격’으로 한국사 게임 제작의 모범답안을 제시했다. 단순히 게임의 소재로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게임 자체를 임진왜란에 맞춰 만든 모습이다. 게임 플레이로 대부분의 재화를 획득할 수 있도록 과금 부담을 낮춰 많은 이용자의 호응도 기대된다.
조이시티는 4월 13일부터 레드징코게임즈가 개발 중인 MMORPG ‘임진왜란: 조선의 반격(이하 임진왜란)’의 파이널 테스트를 시작했다. 4월 28일 출시를 약 2주 앞두고 진행되는 테스트인 만큼 출시 버전과 거의 동일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었다.
‘임진왜란’은 이름처럼 1592년 4월 일본군이 조선을 침공하며 발발한 전쟁 임진왜란을 다룬다. 이용자는 무명의 무사로서 임진왜란이 벌어지기 7년 전 이순신 장군을 만나는 것을 시작으로 전쟁 한복판에서 일본군과 싸우며 조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게임은 실사풍의 캐릭터 일러스트에 성우들의 연기가 곁들여져 사극을 보는 느낌으로 진행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전황을 내레이션으로 설명해주는 장면은 온전히 사극의 그것이다. 특히 조선과 명, 일본 등 여러 국가가 참전한 전쟁임을 살려 각자 자신의 언어를 사용하고 조선 내에서는 지역에 따른 사투리까지 실감나게 구현해 몰입도를 크게 높였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건 항왜 사야가의 말투다. 항왜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투항해 일본에 맞선 일본인들을 일컫는다. 사야가는 ‘했습니다’를 ‘했스무니다’, ‘일본’을 ‘이르본’ 같은 식으로 일본인이 한국어 발음을 할 때를 그대로 묘사했다. 자칫 희화화 될 수 있는 지점이나 성우 연기를 통해 자신의 의지로 조선에 가담한 사야가의 비장함을 절절하게 표현하며 상쇄했다. 선조로부터 ‘김충선’이라는 이름을 하사받았다는 역사적 사실이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임진왜란’은 콘텐츠의 개방도 스토리와 엮어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게임 내에서는 조선의 장수와 병기 외에도 일본의 장수·병기를 영입해 다룰 수 있다. 국적 선택 없이 조선의 무사로 시작하는 게임 설정 상 동맹인 명은 몰라도 일본의 장수·병기를 시작부터 바로 영입할 수 있다면 이용자의 몰입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임진왜란’은 이를 항왜 사야가의 스토리에 엮어 표현했다. 그의 이야기가 마무리될 때 항왜에 대한 설명이 나오고 이용자는 일본군을 영입할 수 있게 된다. 이용자가 영입하는 일본군 장수를 모두 항왜로 간주한 것이다. 역사를 소재로 게임을 제작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치열한 고민이 느껴졌다.
‘임진왜란’은 전쟁이 배경이라는 점을 살려 더욱 다양한 형태의 전투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도 특징이다. 이중 메인이 되는 것이 백병전과 해전이다.
백병전은 전투 전용 공간에서 장수 5명, 병기 1대로 꾸려진 파티로 치른다. 기본적으로 적들에게 다가가 자동으로 전투를 벌이나 이용자가 직접 유닛을 하나 혹은 파티 단위로 조작할 수도 있다. 너무 앞으로 나간 궁수나 치유사를 후방으로 물리거나 범위 스킬이 더 많은 적 유닛에게 적중하도록 조절하거나 위협이 되는 적을 집중 공격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해전은 바다에서 한 척의 기함과 두 척의 보조함으로 파티를 꾸려 진행한다. 백병전과 달리 별도의 공간이 아니라 필드에서 바로 전투를 벌인다. 함포 발사를 위해서는 함선의 옆면을 적에게 향해야 하나 게임에서는 적함을 한 번 터치하는 것으로 조준부터 발사까지 이뤄지도록 구현해 편의성을 높였다. 파이널 테스트 시점에선 백병전에 비해 유닛 수가 적어 스킬 사용 타이밍만 정하면 되는 식으로 비교적 간단했다.
스토리 진행 과정에서는 김태곤 PD의 전작들이 생각나는 전략적 판단을 요하는 전투가 다수 등장한다. 붙잡힌 백성을 모두 살려야 하거나 적들의 보급품을 파괴하는 등 승리 조건이 단순한 아군의 생존이나 적의 전멸이 아닌 경우가 꽤 많았다.
다만 난도는 꽤 높았다. 예를 들어 붙잡힌 백성을 살려야 하는 임무에서는 빠르게 백성을 공격하는 일본군의 주의를 돌리지 않으면 10초만에 패배했다. 비교적 단순한 해전도 아군 증원 시점에 배를 직접 조작해 합류시키지 않으면 완료가 어려운 임무가 있었다.
실제 테스트 중 채팅창에도 앞서 설명한 전투를 성공하지 못해 스토리 진행이 막힌 이용자를 자주 볼 수 있었다. 실시간 전략 게임(RTS)을 즐긴 경험이 있어서 무리 없이 적응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이용자라면 진입장벽이 될 가능성도 있었다. 불합리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전투 상황에서의 조작법에 대해서는 좀 더 상세한 튜토리얼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난사전, 함포전과 같은 이벤트 전투도 마찬가지다. 이벤트 전투에서는 화차(신기전), 대완구, 대장군전 같은 조선의 화약무기로 몰려오는 일본군을 일망타진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다만 다른 스토리 전투처럼 이벤트 전투도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간단해도 진주성 전투나 행주대첩처럼 역사적으로도 어려웠던 전투에서는 난도가 꽤 높아졌다. 그래도 한 번 실패한 뒤에 난도를 낮춰 재도전하는 기능이 있어 백병전이나 해전보다는 쾌적하게 느껴졌다. 일본군을 쓸어버리는 재미도 상당했다.
‘임진왜란’의 파이널 테스트에서는 출석 보상으로 캐시를 지급해 과금 요소도 미리 엿볼 수 있었다. 핵심 과금 요소는 육성이나 게임 진행에 필요한 재화를 쉽게 얻을 수 있는 패키지와 기간제 패스였다. 은화, 연구서처럼 자주 소모되는 재료를 손쉽게 얻을 수 있어 파이널 테스트 기간 동안 빠른 육성이 가능했다. 큰 변화가 없다면 출시 후에도 비슷하게 작동할 것으로 예상됐다.
장수·병기는 ‘임명장’ 아이템을 통한 소환으로 획득한다. 일반 임명장과 상급 임명장으로 나뉘며 기본적으로 인게임 콘텐츠를 통해 획득할 수 있다. 단 상급 임명장은 유료 재화 ‘옥주’를 재료로 직접 제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600 옥주에 10개 제작이 가능했고 약 2만 4000원 수준이었다. 소환에서는 장수·병기의 조각과 레벨업에 필요한 경험의 서를 함께 얻을 수 있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과금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게임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자주 소모되는 재화를 구입할 수 있지만 핵심 재화는 게임 내 채집, 사냥, 제조 등을 통해 직접 획득해야 했다. 소환도 마찬가지다. 과금을 하면 장수를 손쉽게 얻을 수 있을 뿐 레벨업과 장비는 제작을 통해 충당해야 한다. 매일 캐시를 지원한 파이널 테스트에서도 제작을 등한시해 스토리 진행이 막히는 이용자가 자주 보였다.
거래소에서 거래 가능한 아이템이 다양하다는 것도 과금 부담을 낮출 것으로 보였다. 거래소에서는 게임 내에서 채집하는 재료와 제작한 장비뿐만 아니라 소환으로 획득한 조각까지 거래할 수 있었다. 과금을 하지 않더라도 게임 플레이를 열심히 하면 언젠가 모든 장수·병기를 입수할 수 있는 것이다.
‘임진왜란’은 한 번에 많은 금액을 들여 앞으로 치고 나가는 게임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들여 플레이해야 하는 게임인 셈이다. 게임 초반부터 상단(길드)을 만들어 앞서가려는 이용자가 아니라면 느긋하게 스토리를 즐기며 플레이해도 무방할 것으로 보였다.
‘임진왜란’은 한국 역사를 소재로 한 라이브 서비스 게임을 만든다면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보여줬다. 흥미로운 역사적 소재의 채용, 게임화를 위한 선택과 집중, 장기 서비스를 위한 레벨 디자인까지 김태곤 PD의 노하우가 그대로 담겨 있는 게임이다.
물론 특유의 색채가 너무 강해 모든 이용자를 만족시킬 대중적인 게임은 아니라고 파단됐다. 하지만 이용자들의 취미가 세분화되고 대세 게임이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 요즘 상황에서는 오히려 자신만의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생긴다.
4월 28일 충무공 탄신일에 출시되는 ‘임진왜란’이 김태곤 PD의 전작들처럼 이용자들의 뇌리에 남는 한국사 게임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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