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10년간 공들인 유산취득세 걷어찬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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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10년간 공들인 유산취득세 걷어찬 국회

“국회가 다시 유산취득세를 논의할 날이 올까요?”

2026년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 2일 유산취득세 개편안에 깊이 관여했던 정부 한 관계자는 “많은 전문가가 오랜 기간 고민해 나온 성과물이 결국 물거품이 됐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유산취득세는 상속인이 각자 물려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피상속인이 남긴 전체 재산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유산세’ 제도가 과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취지의 비판 여론이 잇따르자 도입이 검토됐다. 정부 관계자는 “현행 제도에선 동일한 50억원의 재산을 한 자녀가 단독 상속하는 경우와 5명의 자녀가 10억원씩 나눠 상속하는 경우에 상속세액이 동일하다”며 “납세자의 지불 능력에 따라 과세한다는 응능부담(應能負擔) 원칙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10년 전부터 유산취득세를 본격 검토하기 시작했다. 저출생·고령화가 사회 문제로 부상하자 다자녀에게 유리한 제도 개선 방안의 하나로 유산취득세 도입이 논의됐다. 현행 과세체계가 글로벌 과세 흐름과도 맞지 않다는 지적도 많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상속세를 매기는 24개국 가운데 한국처럼 유산세 방식인 나라는 미국 영국 덴마크 등 4개국에 불과하다.

여야 정권 구분 없이 제도 도입이 추진됐다. 문재인 정부 당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21년 “상속세 체계를 전면 개편하겠다”며 유산취득세 도입 방침을 밝혔지만, 결국 세법 개정안으로 발표하지는 못했다. 윤석열 정부에선 지난 5월 최상목 당시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관련 법안까지 국회에 제출했지만, 국회 문턱에서 좌절됐다.

현행 유산세 중심의 상속세 체계는 변화된 시대상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유산세 제도는 1950년 처음 도입된 이후 75년간 유지돼 왔다. 그동안 개인 소득과 상품·서비스 가격, 자산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가족 구조가 바뀌면서 ‘장자(長子) 상속’ 보다 자녀 간 ‘공평 상속’ 문화가 자리 잡았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과세 형평을 위해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상속세가 불합리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면 도덕적인 기업인, 투자자들도 탈세와 절세를 고민하게 된다. 다자녀 가구에 혜택을 주는 저출생 대책의 효과도 크다.

정부 안팎에선 유산취득세가 윤석열 정부 정책으로 낙인찍혀 논의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파다하다. 혹여나 제도 개편으로 세수 감소가 걱정된다면 세수 기반을 확대할 방안을 따로 추진하는 게 맞다. 정쟁 때문에 낡은 세제 개편이라는 국가 과제가 또다시 뒤로 밀려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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