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미 관세 직격탄을 맞은 중소기업을 진짜 도울 생각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국내 한 로봇 기업 대표는 28일 연신 한숨을 내쉬며 기자에게 말했다. 그는 ‘중국 원재료를 일부 썼다는 이유로 중국산으로 낙인된 한국 제품이 160% 관세를 맞았다’는 한국경제신문 기사를 언급하며 “이미 외교부가 주최한 행사에서 비슷한 우려가 나왔는데 정부는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시 정부가 미국과 막바지 조율을 거쳐 마련한다던 대책은 감감무소식”이라며 “160% 관세는 충분히 예견된 일”이라고 꼬집었다.
외교부는 지난달 말 한·미 관세협상에 맞춰 비자 발급, 고율 관세 등과 관련한 산업계 우려 사항을 듣기 위해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선 한국경제신문을 비롯해 여러 언론이 지적한 문제가 제기됐다. 수출 제품에 들어간 철강·알루미늄 함량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고강도 원산지 검증을 실천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불만도 나왔다.
특히 국제 무역에서 물품 분류 코드로 쓰이는 ‘HS 코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한 참석자는 “한국과 미국 코드는 세부 자릿수가 달라 세관 판단에 따라 10~25% 추가 관세가 발생할 수 있다”며 “당장 실적이 급한 중소기업은 관세청과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의 품목 분류 사전심사 등을 하염없이 기다리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목소리를 내고 싶어도 후폭풍이 두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에 소명 자료와 불복 이유를 제출했다가 자칫 세관과 관계가 악화하거나 관세 추징 범위가 넓어지면 골치만 아파진다”고 말했다. 만성적 인력난도 적극 대응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한 조선 기자재 업체 관계자는 “대기업과 달리 관세 관련 조직 및 인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 대응에 실망한 기업은 각자도생에 나서고 있다. 대구의 자동차부품 업체 임원은 “하반기부터 별도로 용역업체를 두고 알루미늄, 철강 함량을 자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이마저도 관세 폭탄 위협을 100% 해소할 수 없어 걱정”이라고 푸념했다. 한 로봇 기업 대표는 “미국 수출 부품에 50% 추가 관세가 붙어 현재 소명 자료를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중소기업인들은 원재료 함량 분석부터 통관, 관세 불복 소송까지 아우르는 ‘원스톱’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기업의 이런 요구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160% 관세율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1 week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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