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과했다는 강력한 명분이 될 공산이 크지 않나요.”
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을 제동 걸기 위해 이르면 연내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특별결의’ 카드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지자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되물었다. 주주총회 출석 주주 과반수가 찬성하는 보통결의가 아니라 3분의 2 이상이 필요한 특별결의로 장기 집권을 어렵게 하겠다는 게 금감원의 구상으로 전해진다. 일부 금융지주의 회장 인선이 진행되던 상황에서 당국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라 마냥 순수해 보이진 않았다. 우회적으로 인선에 개입하려는 의도로 읽힐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내용을 따져봐도 갸우뚱한 부분이 있다. 주총 출석률이 80%라고 가정하면 특별결의 통과에 필요한 실제 지분율은 50%를 조금 넘는다. 금융지주 대부분 외국인 지분율이 60~70%에 달한다. 외국인 주주가 금융지주 경영진에 우호적인 걸 감안할 때 지분 확보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사법 리스크가 있는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조차 외국인 주주의 지지로 연임에 성공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며 “특별결의가 오히려 ‘3연임 방패막이’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설령 금융당국의 의도대로 연임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다고 해도 섣부른 개입 시도가 미칠 파장은 작지 않다. 성과가 아니라 연임 횟수로 거취가 결정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어서다. ‘잘해도 떠나야 한다’는 메시지는 결국 장기적 성장보다 단기 보신주의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차기 회장 자리를 노리는 인사들이 때마다 당국 및 정치권에 ‘줄대기’를 시도할지도 모를 일이다. 당국이 나서서 3연임을 막으려는 시도는 역설적으로 금융회사의 자율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방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금융지주 회장의 무조건적인 장기 연임을 막을 수단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당국이 마련한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따르면 금융지주 CEO는 만 70세까지 할 수 있다. 신한금융은 내부 규정상 만 67세로 제한했다. 사실 생물학적 기준인 나이로 CEO 자격을 따지는 규정은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측면도 있다. 만 69세인 JP모간의 제이미 다이먼이 한국에서 CEO를 했다면 내년에 강제 은퇴해야 하는 게 한국 금융산업의 현실이다.
진정한 지배구조 선진화는 CEO 임기 제한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경영을 못 하면 주주에 의해 퇴출당하고, 잘하면 선택받는 자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게 우선이다. 연임을 악(惡)으로 모는 시도가 또 다른 관치(官治)는 아닌지 우려된다.

2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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