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만큼은 아니지만 일본 닛케이지수도 올해 크게 올랐다. 연초 대비 28%가량 뛰며 주요국 증시 상승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닛케이지수는 10월 사상 처음으로 50,000을 돌파했고, 내년엔 60,000을 넘어설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잃어버린 30년을 지나면서 ‘오와콘’(끝난 콘텐츠)이란 오명까지 얻었던 일본 주식은 이제 자국 젊은 세대의 희망이다.
일본에선 증시 상승 1등 공신으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를 꼽고 있다. 재정 확장, 금융 완화 등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아베노믹스를 계승하는 다카이치 내각 탄생에 해외 투자자는 일본 주식 매수를 서두르고 있다. 인플레이션에도 돈을 풀겠다는 다카이치의 정책 기조에 아베노믹스 망령이란 지적까지 나왔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증시 상승에도 추락하는 경제력
정작 지속적 주가 상승의 원천인 기업의 ‘벌어들이는 힘’에 대한 얘기는 자취를 감췄다. 일본 상장사의 2025회계연도 순이익 합계는 전년 대비 7%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순이익이 감소하면 6년 만이다. 미국 관세에 따른 자동차업계 부진이 가장 큰 이유다. 7~9월 경제성장률은 여섯 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2000년대 들어 일본 경제는 갈수록 약화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00년만 해도 15%에 달했던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세계 점유율은 이제 4%로 쪼그라들었다. 세계 순위는 2위에서 4위로 내려앉았다. 내년에는 인도에 밀려 5위, 2030년엔 영국에도 추월당해 6위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닛케이지수는 이 기간 두 배 이상 올랐지만 세계 시가총액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수준에서 5% 정도까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시총 상위권에서 일본 기업을 찾기도 힘들어졌다. 1999년 사카이야 다이치 일본 경제기획청 장관이 경고한 ‘늙은 개발도상국’이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개혁 없인 아베노믹스 실패 답습
일본 정부도 상황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경제산업성은 올해 기업 이사회가 고려해야 할 내용을 정리한 ‘이사회 5원칙’을 발표했다. 성장 전략 구축 등 이사회 기능을 개선해 기업이 돈을 잘 벌도록 도우라는 것이다. 일본 경제계에선 돈 버는 힘은 기업이 주체적으로 키워야지 정부가 기업가정신을 가르치는 것이 맞냐는 비아냥이 나왔다.
일본 기업은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주가 부양을 위한 경영도 요청받고 있다.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다. 이재명 정부의 주가 부양책도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를 담은 상법 개정 등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환원 증대에 집중돼 있다. 파이를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고민만 할 뿐 정작 필요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아베노믹스 때도 변화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올랐다. 당시 엔저 덕에 기업 실적이 개선됐지만 상승장은 3년 만에 끝났다. 근본적 구조 개혁 대신 재정 확장, 금융 완화에 의존한 결과다.
다행히 다카이치는 일단 개혁에 손을 댔다. 근로시간 규제를 완화하겠다며 본인은 요즘 2~4시간 자며 일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도 6대 구조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저항을 이겨내지 못하면 사나에노믹스도 이재명 랠리도 아베노믹스와 같은 길을 걸을지 모른다. 주가지수에 현혹돼 있을 때가 아니다.

3 week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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