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을 제외한 민주당 등 원내 6개 정당 국회의원은 지난 3일,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시행해야 한다며 개헌안을 발의했다. 개헌안 전문에는 ‘부마 민주항쟁’과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명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 헌법상 세부 조문 앞의 전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ㆍ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ㆍ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 즉, 전문에는 대한민국이 어떤 역사적 경험을 통해 탄생했는지, 그 정체성과 정통성이 담긴다.
또 헌법 전문은 단순한 선언적 의미만 있는 게 아니다. 헌법재판에서 보충적 규범으로 활용되는 등 소위 재판 규범성이 인정되는 법규범으로서 효력도 지니고 있어 그 중요성은 크다.
예컨대, 헌법에서 국가유공자 인정에 관한 명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지만, 그 전문에는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선언한다. 이는 대한민국이 일제에 항거한 독립운동가의 공헌과 희생을 바탕으로 이룩된 것임을 선언한 것이고, 이에 국가는 일제로부터 자주독립을 위해 공헌한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에게 응분의 예우를 해야 할 헌법적 의무를 지닌다는 판시가 있다.
이렇듯 헌법 전문은 국가의 정체성과 정통성뿐만 아니라 법규범으로서도 중요하다. 이 때문에 1948년 제1공화국 이승만 정부의 건립 정신, 공산주의 침략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켜낸 6·25전쟁의 호국정신, 박정희 정부의 경제성장과 산업화 혁명 등 현재의 대한민국을 이룩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헌정사들도 균형 있게 포함하는 게 옳다.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정치체제는 독재체제가 아닌 민주주의로, 보수와 진보가 서로 다름이 없다. 또, 경제체제는 계획경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를 추구해 이 역시 보수와 진보가 다른 것이 없다. 바꿔 말하면, 보수와 진보는 정책의 우선순위와 접근 방식에서 차이를 보일 수 있지만, 대한민국 헌법 질서 안에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기본 틀을 같이 공유한다.
이렇듯 같은 체제를 지향하는데, 정작 개헌을 하면서 어찌 특정 진영만이 지향하는 역사적 사실만 헌법에 반영하려는 것인가? 헌법은 하나다. 헌법에는 보수와 진보의 가치가 전부 들어가야 한다. 만약 일부의 역사적 사건만 헌법에 반영한다면, 이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입법 독재일 것이다.
민주주의는 다른 정당의 의견도 존중하는 상호 관용과 주어진 법적 권리를 신중하게 행사하는 제도적 자제가 있을 때 지속될 수 있다. 헌법은 대한민국 법질서의 최상위 규범이다. 그래서 개헌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 전체의 의견과 모든 정당의 가치를 골고루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것은 개헌의 속도가 아니라 균형이라는 점을 정치권에 분명히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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