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불고 첫눈 소식이 들려오면 어김없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노래들이 있다. 스트리밍 플랫폼 인기차트든, 상점 스피커든, 누군가의 플레이리스트든 매년 같은 시기 같은 노래가 되살아난다.
발매 30년이 넘었어도 겨울마다 차트 1위를 찍으며 연간 30억~60억원의 수익을 올린다는 머라이어 캐리의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는 여전히 겨울 풍경을 가득 채운다. 일명 ‘캐럴 연금’으로 불리는 국내 겨울 시즌송들도 이미 차트 순위권에 자리 잡았다. 매주 신곡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계절만 바뀌면 ‘죽지도 않고 돌아오는’ 이 시즌송의 저력은 ‘명곡’이 가지는 독특한 생명력의 증거다.
우리는 흔히 음악을 한 번 소비하면 끝나는 단기성 콘텐츠처럼 여기지만 사실 어떤 곡은 시간의 결을 타고 일정한 패턴으로 되살아난다. 캐럴은 물론이고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열릴 때는 무한궤도의 ‘그대에게’, 비 오는 날이면 에픽하이의 역대 저작권료 1위 곡 ‘우산’이 저마다의 이유를 가지고 다시 생명력을 얻는다. 그리고 이 반복성은 단순한 문화적 현상을 넘어 경제적 성격을 띤다. 같은 시기에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스트리밍과 다운로드는 자연스럽게 꾸준한 저작권료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음악저작권은 조금 특별한 자산이 된다. 저작권료는 보통 발매 직후 가장 많이 발생하고, 이후 점차 줄어들다 2~3년 후 차츰 안정돼 지속적으로 현금 흐름이 발생하는 추이를 보인다. 명곡 반열에 오른 곡, 주기적·반복적으로 수요가 발생하는 곡, 팬덤을 통해 소비되는 곡의 저작권료는 변동성이 더 낮고 꾸준하게 가치를 누적해 나간다.
음악저작권은 독립적인 자산이다. 주식, 채권, 달러, 금 등 다른 자산군과 상관관계가 거의 없고 거시경제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도 크다. 전쟁이 일어나도, 경기 불황이 오더라도 겨울이 오면 캐럴을 찾아 듣고, 출근길엔 늘 듣던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한다. 경제 상황과 무관한 ‘문화적 수요’에 기반하는 음악저작권 자산은 전통적 금융상품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고유의 가치를 지닌다. 필자가 뮤직카우라는 음악 투자 플랫폼을 통해 문화금융의 길을 개척한 배경에도 음악과 음악저작권이 가진 남다른 생명력과 자산적 특성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이 겨울, 거리에 울려 퍼지는 캐럴은 단지 계절의 감성을 깨우는 배경 음악이 아니다. 음악이 단순한 콘텐츠를 넘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스스로 가치를 재생산하는 자산임을 보여주는 가장 직관적 사례다. 오랜 시간 견고히 자리를 굳힌 문화적 관습들이 지속되는 한 음악은 매일, 매월, 매년 재생되며 시간과 함께 그 가치를 축적해 나갈 것이다. 명곡은 죽지 않는다.

1 week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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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의 시적인 순간] 내가 가장 먼저 안 '첫눈'](https://static.hankyung.com/img/logo/logo-news-sns.png?v=202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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