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유튜브 채널과 즉석 전화 연결이 됐다. “왜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그러라고 뽑아 주셨으니까요”라고 답했다. 나로서는 너무 당연한 말이었지만, 많은 분이 공감해 주셨다. 주민의 선택을 받은 동안 정성을 다해 일하는 것, 그것이 선출직 공무원의 기본이라고 나는 믿는다. 크든 작든 모든 일은 정성을 쏟아야 결실을 맺는다. 운도 따랐지만, 그 운 또한 정성이 있어야 따르는 법이다.
성동구의 숙원인 금호역 앞 ‘장터길 확장’도 정성에서 시작됐다. 하루 2만 대가 지나는 2차선 도로에 인도조차 없어 주민들의 불편이 수십 년간 이어져 왔다. 해결하려니 건물 철거와 막대한 비용이 걸림돌이라, 서울시 예산 확보가 핵심이었다. 전문가들을 수없이 만나고 도면을 밤새 들여다보며 머릿속에서 그 길을 수십 번 다시 그릴 만큼 몰두하던 끝에 어느 날 고민이 꿈속까지 따라왔다. 그리고 그 꿈에서 해법의 실마리가 퍼즐처럼 맞춰졌고, 그 힌트를 바탕으로 결국 예산을 확보해 30년 만에 첫 삽을 뜰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꿈 이야기에 의아하실 수도 있지만, 반복된 고민과 간절함이 쌓였기에 꿈에서라도 답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 믿는다.
정성은 그렇게 길을 만든다. 확장 후 차량 흐름은 개선됐고 보행 환경도 크게 나아졌다. 개통식 날 한 주민이 “유모차로 처음 지나가 본다”고 내 손을 꼭 잡아주던 순간, 그 모든 노력의 의미가 다시 한번 깊게 다가왔다.
정성은 설득에서도 중요하다. 다수결만으로는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 70% 찬성이라고 해서 그대로 밀어붙이면, 남은 30%는 다음 사업에서 더 큰 벽이 된다. 그래서 나는 가능한 한 만장일치에 가까운 합의를 목표로 한다. 경동초등학교 통학로 확장도 3년 동안 학부모·교사·관계기관이 수십 차례 모여 의견을 조율했고, 결국 모두의 동의 속에 안전한 길이 조성됐다. 아이들이 “차 걱정 없이 걸을 수 있어 좋다”고 보내준 엽서 한 장이 그 시간을 충분히 보상해줬다.
한양대 기숙사 갈등을 풀어낸 ‘성동한양 상생학사’도 같은 원리다. 임대인의 불안과 학생의 필요를 끝까지 듣고, 모두가 손해 보지 않는 해법을 찾아 전국 최초의 반값 원룸 모델을 구축했다. 서류보다 사람이 답이었고, 그 답은 오직 정성스럽게 만나는 과정에서 나왔다.
코로나19 당시 확진자께 드린 회복기원꾸러미도 그런 마음에서 출발했다. 생필품을 일괄 지원하는 대신 다섯 가지 중 선택할 수 있게 하고, 가장 힘든 시기를 생각해 익일 배송으로 보냈다. “나를 배려한 선물 같았다”는 후기들은 지금도 내게 큰 힘이 된다.
정성은 길을 만들고, 그 길은 사람을 이어 준다. 빠르게가 아니라 끝까지 가는 것, 한 번 만든 길이 오래 지속되도록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 그것이 내가 일하는 방식이다.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고? “그러라고 뽑아 주셨으니까요.”

2 weeks ago
5
![[이소연의 시적인 순간] 내가 가장 먼저 안 '첫눈'](https://static.hankyung.com/img/logo/logo-news-sns.png?v=20201130)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