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프랑스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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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프랑스의 맛

“아 타블르!(식사하세요)” 프랑스인이라면 거부할 수 없는 명령이리라.

프랑스는 비할 데 없이 다양한 기후와 토양을 자연으로부터 선물받았다. 이 천혜의 지형적 특성을 ‘테루아르’라고 부른다. 풍부한 식재료와 다채로운 요리는 바로 테루아르에서 나온다. 고장마다 특색 요리가 있다 보니, 프랑스 식문화를 배우다 보면 지리 공부는 저절로 된다고 할 정도다. 언젠가 프랑스어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아스테릭스와 골의 12보물>을 선물한 적이 있는데, 맛깔나는 이 만화책의 주제도 테루아르다.

프랑스 외교관은 본래 프랑스 미식 문화 대사다. 그러다 보니 ‘함정 질문’에 직면하기도 한다. 그중 하나가 “보르도 와인이 좋은가, 부르고뉴 와인이 좋은가?”라는 질문이다. 마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는 듯 말이다! 물론 두 명품 와인이야 당연히 훌륭하지만, 프랑스에는 소개하고픈 다른 좋은 와인이 정말 많다.

“서울에서 가장 맛있는 프랑스 식당은 어디인가?”라는 질문도 어렵다. 어느 누구도 서운하지 않을 답을 내놓으려면 말이다. 미쉐린가이드 최신판을 참고하시라고 답할 수도 있겠지만, “서울 최고의 프랑스 맛집은 물론 프랑스 대사 관저죠”라며 요령껏 피해 간다.

대사관에 초대된 손님들은 항상 높은 기대를 품고 방문해주신다. 이를 잘 아는 대사관 셰프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행사 주제에 맞춘 메뉴를 준비하거나 공감되는 이야기가 담긴 요리를 제안하는 등 기발한 감성을 더한다. 자세히 말할 수는 없다. 절대 누설돼서는 안 되는 외교 기밀이 있다면, 바로 대사관 셰프의 레시피니까!

성공적인 식사에는 음식 맛이 핵심이지만 차림새와 서빙도 중요하다. 관저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이 올해 프랑스 외교부 장관 공관에서 진행된 연수를 다녀왔는데, 프랑스 식탁 외교가 펼쳐지는 현장에서 본 최상의 품격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모두가 한순간의 대화도 놓칠 수 없는 자리지만, 곁눈질만으로도 진정 발레 공연을 보는 듯 감탄하게 된다.

오늘날 프랑스 요리가 높은 평판을 구가하고, 심지어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지만, 사실 많은 프랑스 가정식 요리는 매우 간단하다. 프랑스 요리는 끊임없이 새로워지려 한다. 모두들 다양성, 창의성, 진정한 경험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정통 요리도 찾지만 혁신, 조합, 퓨전이 있는 요리도 각광 받는다.

프랑스식과 한식에는 상호 영감과 협력을 촉진하는 강한 힘이 있다. 더욱이 요즘 프랑스 청년들 사이에서 K푸드의 인기가 늘고 있다. 모든 요리가 섞일 수는 없겠지만, 기대를 능가할 맛의 조합은 분명히 있다. 여러분과 함께 절묘한 마리아주를 음미할 기회가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아 타블르! 본 아페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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