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술꾼의 위안[이준식의 한시 한 수]〈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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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천박한 사내들은 술을 몹시 탐하고, 옥천 선생인 나 또한 술에 빠진다.천박한 자는 돈이 있어 마음껏 풍악을 벌이고, 선생은 돈이 없어 담박한 마음이나 기른다.돈이 있든 없든 모두 가련한 인생, 백 년 세월은 강물처럼 쏜살같이 지나간다.평생 품어 온 온갖 시름은 다 흩어지고, 하늘에는 밝은 해만 유유히 걸려 있구나.(天下薄夫苦耽酒, 玉川先生也耽酒. 薄夫有錢恣張樂, 先生無錢養恬漠.有錢無錢俱可憐, 百年驟過如流川. 平生心事消散盡, 天上白日悠悠懸.)―‘어제를 탄식하다(탄작일·歎昨日)’ 노동(盧仝·약 795∼835)돈이 없으면 술맛도 달라지는가. 노동은 그렇다고도, 아니라고도 말한다. 돈이 생기면 술판을 벌이고 풍악을 울리는 사람이 있다. 시인도 술을 좋아했지만 형편은 정반대였다. 주머니가 비었으니 잔치 대신 담박한 마음을 길렀다. 근사하지만 자조가 배어 있다. 즐길 돈이 없으니 담박함이라도 기른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부자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부자는 즐기고 가난한 사람은 견디지만, 백 년 인생은 똑같이 흐른다. 통장의 잔액은 달라도 시간의 출금 속도는 같다. 노동의 술잔에는 자조와 초탈이 섞여 있다. 담박함이 선택인지 가난을 견디는 위안인지는 분명치 않다. 그가 술을 빌려 마음을 잠시 풀어놓자 평생 마음에 쌓인 시름도 끝내 흩어진다. 그러나 하늘의 해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유유히 떠 있다. 삶의 고민도 멀리서 보면 그림자일 뿐이다. 노동은 술잔 너머로 보았다. 인생은 짧고, 태양은 우리 사정보다 느긋하다는 것을.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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