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미 스포츠부 기자 스코티 셰플러(미국)는 지난달 31일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넘어 통산 상금 1위에 올랐다. 언론들은 ‘셰플러가 우즈를 넘어섰다’며 주목했다. 하지만 셰플러가 진정 돋보였던 건 투어 챔피언십 일주일 전 트로피 없이 마쳤던 플레이오프 2차전 BMW 챔피언십이었다. 셰플러는 플레이오프 1차전 페덱스 세인트주드 챔피언십에서 2위 선수를 8타 차로 제치고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그런데 일주일 만에 나선 2차전에서는 첫날 이례적으로 72타 이븐타를 치며 부진했다. 대회도 결국 공동 12위로 마쳤다. 경기를 다 마친 뒤에야 셰플러는 자신이 대회 직전 수족구병에 걸렸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목구멍에 수포가 생겼고, 손 부위 수포로 인해 클럽을 제대로 잡기도 힘든 상태였다. 의사는 당연히 기권을 권했다. 이미 페덱스컵 1위였던 셰플러는 플레이오프 2차전에 나서지 않아도 랭킹 1위로 투어 챔피언십에 출전할 수 있었다. 셰플러도 “내가 좀 더 똑똑했다면 아마 기권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어리석은 결정이었을 수 있지만 난 일단 시작하면 중간에 관두지 않는다. 이런 고집스러운 면이 내 강점이자 약점”이라고 했다. 세상은 셰플러가 빠르게 트로피를 늘리고 상금을 추가할 때마다 그의 위대함을 말한다. 하지만 셰플러의 위대함은 트로피에 있지 않다. 잘 맞는 날 신들린 듯 타수를 줄이고 우승하는 일은 누구라도 해낼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 날에도 언제나처럼 자신이 해볼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태도를 유지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가장 이변이 많은 종목이라는 골프에서는 ‘세계 랭킹 1위’라고 해서 언제나 남들보다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천하의 셰플러에게도, 골프를 갓 시작한 사람에게도 골프는 늘 고통이 뒤따른다. 셰플러는 “골프의 정말 멋진 점이자 짜증 나는 점은 늘 풀려고 애써야 하는 끝없는 퍼즐 같다는 것”이라며 “이 게임을 잘하려면 조금은 지루할 수 있는 힘든 부분도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셰플러는 부분이 아닌 전체를 본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보다 ‘고생이 곧 낙’이라는 표현이 셰플러에게 더 어울린다. 생각만 해도 싫은 냉수 샤워, 매일 훈련 전 10분간 탄다는 지루한 실내 바이크, 뜻대로 되지 않는 샷 모두가 그의 골프다. 자신의 활약이 우즈의 명성에 비견될 때...
[광화문에서/임보미]전성기에 끝을 생각하는 셰플러는 매일 절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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