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의원들이 14일 가뭄이 심각한 경남 밀양시의 한 저수지를 찾았다. 기온이 34.7도까지 오르며 푹푹 찌던 날이었다. 저수지 앞 자갈길에는 노란 민방위 점퍼 차림의 정치인들을 위한 상황판이 세워졌다. 저수지 관리를 담당하는 한국농어촌공사 밀양지사장이 농업용수 부족 문제를 한참 설명하는데, 상황판 뒤에서 남성 2명이 쪼그려 앉아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농어촌공사 직원들인 두 사람은 머리로 상황판 뒷면을 떠받친 채 양손으로 거치대를 붙잡고 있었다. ▷이 사진이 공개되면서 ‘인간 받침대’ 논란이 일고 있다. 장 대표는 “상황판 뒤에 사람이 있는지 몰랐다”고 사과했다. 당시 상황판과 장 대표의 거리는 1m 남짓이었다. 거치대 틈 사이로 쪼그려 앉은 직원들 다리가 보일 수 있는 위치였다. 이러니 “몰랐다”는 말을 누가 믿겠는가. 백번 양보해 장 대표가 못 봤다고 해도 그 옆엔 국민의힘 의원들과 당대표 비서실장, 정무실장, 대변인 등이 함께 서 있었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직원들을 일으켜 세우는 사람이 없었다. ▷농어촌공사 측은 “상황판을 고정할 곳이 마땅치 않았고, 바람에 날아갈까봐 직원들이 뒤에서 받친 것”이라고 했다. 그런 상황이라면 직원들이 양쪽에서 상황판을 들거나, 보고자가 구두로 설명하면 될 일이었다. 상황판의 가뭄 피해 현황과 급수 계획 등은 한두 장짜리 프린트물로 만들어도 충분했다. ▷정치인들이 재난 현장을 방문했다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언행으로 물의를 빚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9명이 숨진 제천 사우나 화재 땐 지역구 의원이 경찰관들 제지를 뿌리치고 현장 감식 중인 내부로 들어가 사진을 찍은 일도 있다. 오죽했으면 2023년 정부 재난관리 매뉴얼에서 ‘VIP 의전’ 대목을 전면 삭제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난 대책보단 이미지 연출에 관심이 많은 정치인들은 요즘도 카메라를 대동한 채 재난 현장 ‘투어’를 다닌다. 현장의 기관들 역시 국정감사 권한과 예산권을 쥔 정치권의 눈치를 보며 과잉 의전으로 응대하는 일이 적지 않다. ▷2021년엔 강성국 당시 법무부 차관이 ‘우산 의전’으로 물의를 빚은 일이 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언론 브리핑을 하던 강 차관 뒤에서 그의 수행비서가 무릎 꿇고 앉아 우산을 씌워준 장면이 논란이 됐다. 당시 국민의힘에선 “눈을 의심케 하는 황제 의전” “무슨 조선시대도 아니고” 같은 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땡볕 아래 쪼그려 앉아 벌을 서듯 팔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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