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소득 재분배 정책 기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전(稅前) ‘시장소득’을 놓고 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평등도는 관련 통계를 발표한 OECD 29개국 중 1위였다고 한다. 하지만 세금을 낸 뒤 연금과 복지 혜택을 더한 세후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순위는 22위로 떨어졌다. 국가의 조세제도와 연금 및 복지 정책이 개인 간 소득 불평등 해소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뜻이다. 공적연금과 각종 수당을 포함한 복지 혜택은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에 집중될 때 소득 분배 효과가 커질 수 있다. 유럽 여러 나라들은 이를 통해 소득 계층 간 불평등을 최소화하고 있다. 슬로바키아(48.3%) 벨기에(47.7%) 핀란드(47.2%) 프랑스(42.2%) 등은 세전과 비교해 세후에 소득 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가 40% 이상 개선됐다. 반면 한국은 이 개선율이 17.6%로 28위에 그쳤다. 세전으로 따지면 가장 평등했던 나라가 각종 국가 정책이 반영된 세후 기준으로는 상대적으로 불평등이 심해진 나라로 분류되는 것이다. 소득이나 자산이 많건 적건 동일하게 적용되는 ‘보편적 복지’로는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소득 하위 70%’에 매월 35만 원씩 주는 기초연금은 여유가 있는 중산층 노인까지도 대상에 포함된다. 한정된 예산으로 너무 많은 이들에게 똑같이 나눠주다 보니 정작 극빈층 노인들의 최저 생계 보장은 어려운 것 아닌가. 이달 초 발표된 정부의 기초연금 개편안 역시 지급 대상자 조절 없이 ‘하위 30%’에게 월 3만 원을 더 얹어주는 내용만 포함됐다. “하나 마나 한 개혁”이라는 비판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한국 경제의 다양한 지표들이 나아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K자형 양극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번 시행한 복지 정책은 되돌리거나 축소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복지 정책은 일회성 현금 지원책보다는 취약 계층 중심의 ‘선택적 복지’와 각 대상자의 필요에 따른 ‘맞춤형 복지’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사설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유재영의 전국깐부자랑 청계천 옆 사진관 김현지의 with AI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사설]세전 ‘소득 평등도’ 1위인데 세후는 22위… 보편복지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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