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영 오피니언팀장 미국에서 청소년의 전자담배 사용이 늘자 2012년부터 개별 주(州)들이 속속 별도의 소비세를 도입했다. 현재까지 50개 주 중 34곳이 동참했다. 효과는 어땠을까. 한 연구진이 초기에 부과한 12곳 청소년 4만5000명의 5년 치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세금 페널티’에 전자담배 사용률은 약 2%포인트 줄었다. 그러나 일반 담배 사용률이 1.3%포인트 늘었다. 일부가 더 유해한 연초로 갈아탄 것이다. 지하 경로로 성분을 알 수 없는 전자담배를 구하기도 했다. 정책은 이처럼 목표한 곳에서 끝나지 않고, 의도치 않은 곳으로 문제를 번지게도 한다.통치할 세상은 그리 간단치 않다 정책학에 ‘좀비 아이디어(zombie ideas)’라는 말이 있다. 규제로 누르면 수요가 억제될 것이라는 가설처럼 효과 없음이 입증됐는데도 죽지 않고 계속 살아나는 정책을 말한다. 좌파와 우파 모두 저마다의 좀비 아이디어가 있다. 정권이 바뀌면 다시 고개를 드니, 괜히 좀비가 아니다. ‘세금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처방도 노무현 정부 이래 민주당 정권에서 반복된 좀비 아이디어다. 부동산 세금을 핵폭탄에 비유했던 이재명 대통령도 벗어나지 못했다. 겨우 집권 1년 2개월 만에 좀비를 꺼내 들고 말았다. 이제라도 일부 유턴했으니 그만일까. 좀비 아이디어의 생명력은 질기다. 왜 꺼내 들었는지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언제, 어디서 또 튀어나올지 모른다. 인간은 만족도를 높이려 끊임없이 선택과 행동을 바꾸는 존재다. 사회는 그런 존재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생태계다. 정부는 그 복잡성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지 8·3 세제개편안이라는 핵폭탄을 투하했다. 실거주 위주로 주택시장을 재편하겠다는 목표는 좋았다. 그러나 핵폭탄의 연쇄작용은 엄밀히 따지지 못했다. 비거주 1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몰자 현실에선 집주인이 들어와 살까 봐 무주택 세입자가 퇴거 공포를 느꼈다. 이런 도구를 쓰면 어떤 행동을 낳을지도 계산하지 않았다. 세제 영역에선 사냥터지기와 밀렵꾼처럼 교묘한 전략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게임이 벌어진다. 세금으로 ‘똘똘한 한 채’를 규제하며 ‘비강남, 1가구 1주택, 실거주’라는 틀을 제시하니 국민은 금세 알아차렸다. “아하, ‘조금 덜 똘똘한 한 채’구나”. 서울, 경기 몇몇 지역에선 집값 상승률이 강남을 제쳤다. 더욱이 국민의 학습 능력은 뛰어나다. 노무현 강화-이명박 완화-문재인 강화-윤석열 완화-이재명 강화…....
[오늘과 내일/홍수영]李대통령은 ‘좀비 아이디어’를 왜 꺼내 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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