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초빙석학교수·前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대한민국의 국가 운영체제가 바뀌고 있다. 수십년간 형사사법의 한 축이었던 검찰청은 폐지가 법제화돼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그 자리를 대신할 준비를 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수사와 기소의 권한 구조도 다시 짜이고 있다. 국방에서는 방첩사령부의 해체·재구조화가 단행됐고, 육·해·공군사관학교를 합치는 방안도 공식화됐다. 사법과 국방, 권력기관의 오랜 구조가 한꺼번에 바뀌는 보기 드문 규모의 개편이다. 필자 역시 정부에 몸담으며 국가 운영체제에 손볼 곳이 적지 않다는 것을 절감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제도는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바꿔야 한다는 것과 서둘러 없애도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수십년 된 집이라도 기둥을 빼는 데는 하루면 족하다. 문제는 그 기둥이 무엇을 받치고 있었는지 빼고 나서야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폐지 버튼을 누르기 전에 적어도 세 가지는 물어야 한다. 왜 없애야 하는가. 무엇으로 대체할 것인가. 잘못됐을 때 국민이 치를 비용은 무엇인가. 지금 국민의 의구심도 여기서 시작된다. '무엇을 위한 개편인가'라는 답을 듣기도 전에 '왜 이렇게 서두르지'라는 생각부터 든다면, 개혁은 신뢰를 얻기 힘들다. 물론 국회의 다수는 법을 바꿀 권한을 가진다. 그러나 다수결은 결정의 방식이지, 결정에 이르는 숙의를 건너뛰어도 된다는 면허증이 아니다. 더구나 오늘의 다수가 선택한 방식은 내일의 다른 다수에게도 허용된다. 검증 없이 국가의 핵심 제도를 바꾸는 일이 선례가 되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같은 일이 반복된다. 그 피해는 결국 국민의 몫이다. 먼저 겪어본 나라가 있다. 2010년 영국 연립정부는 '쾅고(준정부기관)의 화형식'이라 불릴 만큼 거센 공공기관 정리에 나섰다. 출범 5개월 만에 900여개 기관을 심사해 수백곳의 폐지와 통합을 밀어붙였다. 속도는 빨랐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의회에서는 “서둘렀고 부실했다”는 비판이 나왔고, 기대했던 비용 절감에도 의문이 제기됐으며 일부 계획은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었다. 영국은 실패를 반복하는 대신 실패를 제도로 바꿨다. 이제 공공기관의 존폐를 정할 때는 독립된 검토자가 효과성·효율성·거버넌스·책임성을 따지고 그 결과를 공개한다. 정치가 결론을 정하기 전에 검증의 규칙이 먼저 작동하는 것이다. 무엇을 없앨 것인가보다 왜 바꿔야...
[이영의 넥스트 거버넌스] 〈25〉개혁과 해체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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