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하루살이가 돼간다… 그렇게 엄마가 돼간다[2030세상/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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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스타트업 투자심사역(VC)·작가 18개월 된 딸의 애착 인형은 호랑이다. 유명하다는 토끼님들을 잔뜩 모셔다 놓았는데 왜인지 집에 있던 호랑이에게 마음을 빼앗겨, 매일 ‘크오’ 소리를 내며 으르렁거린다. 더위가 가시면 진짜 호랑이를 보여줘야지 벼르던 차였다. 인형과 꼭 닮은 커다란 호랑이를 보면 어떤 얼굴을 할까. 그 기대 하나로 용인 여행을 다녀왔다. 고작 한 시간 거리이지만, 아이를 데리고 동물원 ‘오픈런’을 하려면 근처에서의 1박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아이는 짐을 챙기는 족족 마치 놀이를 하듯 뒤집어엎고 들고 도망다닌다. 겨우 집을 나서 호암미술관에 도착했다. 물론 전시실은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고, 호숫가의 너른 잔디밭에서 그저 마음껏 뛰어놀았다. 저녁에는 펜션에서 아이와 처음으로 바비큐를 했다. 제 주먹만 한 소주잔을 두 손 가득 움켜쥐고 연신 ‘짠’을 외치는 아이 모습에 배가 아프도록 웃었다. 다음 날 아침, 개장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동물원에 도착했다. 인생 첫 오픈런이었다. 마침내 실물 호랑이와의 첫 대면. 아이의 반응은 기대와 달랐다. 거리가 멀어서인지, 현실 감각이 없어서인지 오히려 호랑이를 만나러 가는 길목마다의 호랑이 그림, 인형에 더 열광했다. 몸은 녹초가 됐고 기대했던 반응은 아니었지만, 뭐가 됐든 박수 치며 즐거워하는 아이 모습을 보니 그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생기면 책임감이 생기니 응당 전보다 더 미래를 살게 되리라 짐작했다. 현재보다는 미래, 나보다는 아이를 앞세우며 오늘을, 나를 희생하고 억누를 것이라고. 하지만 막상 찾아온 변화는 조금 다른 모양이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육아노동 탓이 크겠지만, 아이와 있는 시간 동안은 내일이 없다. 유일한 관심사는 지금 아이의 말과 표정이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단어와 표현력, 나를 보며 찡긋 웃는 표정.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하루가 간다. 신기한 것은 이렇게 아이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이 ‘희생’ 같은 거창한 단어보다는 차라리 ‘사치’나 ‘보상’에 가깝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퇴근 후나 주말에도 ‘스위치 오프’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아이 얼굴을 보는 순간 차단기가 내려간다. 아무리 속상한 일이 있어도, 내일까지 해야 하는 일이 있어도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으로 아이를 끌어안고 뽀뽀를 하고 냄새를 맡는다. 살면서 그 어느 때보다 오로지 오늘 나의 행복에 집중하고 있다. 행복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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