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인공지능(AI)’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50년대였다. 소설이나 영화 얘기가 아니다. 당대의 천재 과학자들이 ‘기계도 생각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연구에 매달렸다. 하지만 그 열기는 채 20년을 가지 못했다. 두 가지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인데 그중 하나는 연산 처리 속도의 한계, 즉 컴퓨터 기술이 충분치 않아서였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디지털 데이터 부재였다. 학습 교재 없이 똑똑한 AI를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시간이 흘러 컴퓨터는 빠르게 고도화됐고,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방대한 데이터 확보도 가능해졌다. 두 날개를 단 AI는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고 있다. 그런데 이 먹성 좋은 ‘데이터 하마’가 수천 년간 축적된 인류의 데이터를 단숨에 고갈시키고 있다. 인간이 생성한 데이터는 수백조 토큰(데이터 단위)으로 추정되는데, 지금의 생성형 AI 모델들은 이미 수십조 토큰을 학습한 결과물이다. 공개된 텍스트 데이터가 2030년대 초반이면 대부분 소진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AI 모델의 성능은 이제 공개된 데이터를 넘어 비공개 데이터를 얼마냐 확보하느냐에 달렸다. 구글이 최근 1000만 달러(약 140억 원)에 파산기업 내부 데이터를 인수하기로 한 것도 그런 흐름에서다. 심지어 경매에서 다른 AI 기업보다 웃돈을 써내 낙찰받았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며 기업의 파산 이유를 공부하기 위한 게 아니다. 회사원들이 평소 누구와 어떤 대화를 나누고, 어떤 자료를 어떤 방식으로 만드는지 같은 일상적인 업무 패턴이 관심사다. 생존 기업들로부터 절대 얻을 수 없는 생생한 데이터여서다. AI 기업들이 현금 뭉치를 싸 들고 망한 기업을 찾아다니는 풍경이 곧 익숙해질지도 모른다. ▷새로 만들어지는, 특히 ‘날것’ 그대로의 데이터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수년 전부터 인도와 중국 등에서는 ‘데이터 노동’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공장 노동자, 전업주부 가릴 것 없이 다양한 이들의 신체에 카메라와 센서를 달아 자연스러운 언어, 행동, 감각을 수집하는 것이다. AI를 탑재한 휴머노이드 로봇에 이보다 훌륭한 교재는 없다. 반대로 사람들에겐 약간의 불편함만 감수할 수 있다면 쏠쏠한 부업이 된다. 한쪽에선 AI와 로봇이 인간의 일을 빠르게 대체하는데, 다른 쪽에선 이들을 위한 인간의 노동이 추가로 필요해진 셈이다. ▷인간의 기능을 대신할 AI 에이전트나 피지컬 AI는 정확도 외에 돌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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