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열강들의 식민지 쟁탈전이 한창이던 1884년, 독일 베를린에선 더 이상 싸우지 말고 아프리카 땅을 나눠 갖자는 중재 회의가 열렸다. 회의장엔 큼직한 세계 지도가 펼쳐졌다. 각국 대표들은 케이크 자르듯 자를 대고 직선을 그어 국경을 나눴다. 이런 자리에 아프리카 대표들은 한 명도 초대받지 못했다. 부족이나 종교는 무시된 채 강대국들 뜻대로 그어진 국경선은 이후 르완다 대학살, 수단 내전 등의 뿌리가 됐다. ▷당시 세계 지도는 ‘메르카토르 도법’이라고 불리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1569년 네덜란드 지리학자 헤라르뒤스 메르카토르가 만들었다. 16세기 대항해 시대에 나침반에 의존해 바다를 건너던 항해사들에게 각도와 방향을 정확히 보여주기 위해 고안됐다. 그 탓에 면적은 왜곡되는 한계가 있다. 적도 근처 아프리카 국가들은 작게 보이고, 북극에 가까울수록 크게 그려진다. 메르카토르 지도에선 아프리카 대륙이 그린란드와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14배 더 크다. 면적으로 치면 미국 캐나다 중국을 모두 합해도 아프리카에 미치지 못한다. ▷최근 유엔 총회에선 ‘메르카토르’ 대신 각국 크기가 실제와 가까운 ‘이퀄 어스(Equal Earth)’ 도법의 지도를 사용하자는 결의안이 통과됐다. 이 지도는 2018년 국제 지도학자들이 각 대륙의 면적을 정확히 표현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개발했다. 결의안을 주도한 아프리카 토고의 외교장관은 “공정한 세계는 공정한 지도에서 출발한다”면서 가결을 촉구했다. 우리가 교과서 등에서 흔히 봐온 지도는 메르카토르 지도다. 서구권이 지도 상단에 웅장하게 배치되고 아프리카는 작게 축소돼 아프리카 국가들엔 서구 중심의 편파적인 지도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메르카토르 도법은 선박 항해나 항공기 운항에 여전히 필수적이다. 방향과 각도가 정밀하기 때문이다. 둥근 3차원 지구를 2차원 평면에 옮기면서 면적과 방향, 형태를 모두 완벽하게 구현하는 건 불가능하다. 용도에 따라 다양한 지도가 필요하다. 유엔이 ‘이퀄 어스’ 지도 사용을 권고하면서도 항공·해상용으론 메르카토르 지도를 써도 무방하다고 열어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 결의안에 한국은 물론, 영국 프랑스 등 대부분의 서방 국가가 찬성했지만 미국은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지도 비율을 바로잡자는 무해한 시도인 척하고 있지만, 이번 결의안은 급진적인 이념 프로젝트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인종 차별 등 역사적 불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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