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미국 증시가 이달 들어 변동성이 심한 전형적인 워블링 장세를 보이고 있다. 추격 매수하는 포모족와 차익 실현에 나서는 포포족 간 격렬한 싸움으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전통적으로 연말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많지만, 올해는 세 가지 핵심 변수가 시장 판세를 결정지을 가능성이 크다.
첫째는 미국 경제성장률의 급락 여부다. 미국은 지난 1분기 -0.6% 역성장한 데 이어 2분기 3.8%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셧다운 장기화로 3분기 성장률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애틀랜타연방은행의 ‘GDP 나우’에 따르면 4.0~4.2%대의 추가 성장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4분기다. 셧다운 종료에 따라 올해 남은 기간 미뤄졌던 재정지출이 집중적으로 집행되더라도 성장률이 2%대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만약 한 분기 만에 성장률이 급감한다면 체감 경기는 지표 자체보다 빠르게 나빠질 수 있고, 이는 주식 투자심리에 더욱 큰 충격이 될 수 있다.
둘째는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의 금리 조정 방향이다. 지난 9월 FOMC 회의 이후 Fed는 금리 결정의 우선순위를 양대 책무지표보다 ‘거시금융 안정’(금융시장 리스크 관리) 쪽으로 옮겼다. 제롬 파월 의장이 미국 증시를 비이성적인 과열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률 급락과 거품 붕괴 우려가 동시에 존재하는 여건에서 금리 인하는 쉽지 않다. 트럼프 진영의 주장대로 두 차례 이상의 대폭 금리 인하(스트롱 컷)를 단행하면 경기침체 우려로 인해 주가가 폭락할 확률이 높다. 시장에서는 오히려 0.25%포인트 수준의 ‘소프트 컷’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편 고공행진 중인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선택하면 ‘에클스 실수(Eccles’s failure)’를, 경기·고용이 둔화하는 국면에서 금리 인하를 선택하면 ‘볼커 실수(Volker’s failure)’를 저지를 위험이 높다. 두 실수를 동시에 저지를 여건에서는 금리를 동결하는 것이 Fed의 체크 스윙 전통이다.
셋째는 인공지능(AI) 관련 거품 논란이다. 매출액과 이익, 유치한 자본 등에 의문이 제기될 때는 심리적 장애로 잘 오르던 주가가 멈추는 ‘닻 효과(anchoring effect)’가 발생한다. 이때는 이것을 뛰어넘는 ‘대수 효과(big figure effect)’가 나타나야 주가가 다시 오를 수 있다. 최대 관심사였던 3분기 엔비디아 실적이 대수 효과에 부합하는 서프라이즈로 주가가 일단 안정을 찾고 있다.
하지만 라이프사이클상 AI산업은 유아기에서 성장기로 막 넘어가는 단계라 거품 우려는 언제든지 제기된다. 엔비디아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다른 기업에서도 재확인돼야 AI 거품론이 완화될 수 있다. 다행인 것은 세 가지 변수가 정(正)의 다중공선성을 가진 점이다. 4분기 성장률이 급락하면 금리 인하 확률이 높아지고 AI 거품의 연착륙이 가능하다. AI 거품론이 제2의 닷컴 버블 붕괴로 악화해 미국 주가가 폭락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시각에 공감하지 않는 것은 이런 근거에서다. 그 어느 국가보다 미국의 AI 거품론에 민감한 한국 증시는 미국 증시와 비슷한 경로를 걸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외국인이 민감하게 여기는 원·달러 환율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환차손 우려를 뛰어넘는 추가적인 친(親)증시 정책이 나온다면 미국 증시와 차별화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정책당국이 이 점을 인식해야 할 때다.

2 week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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