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12·3 그날' 국가 리더십에 경종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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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승호 선임기자 =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다가왔던 '12·3 계엄'. 공교롭게도 12월 3일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국가 지도자들에 악몽으로 기록된 날이다.

이미지 확대 우원식 의장 "12.3 계엄 이후..."

우원식 의장 "12.3 계엄 이후..."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우원식 국회의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12.3 계엄 이후 경제 민생 및 외교안보 상황 토론회'에서 악화한 경제 및 외교 상황에 대한 우려와 대책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2025.1.24 utzza@yna.co.kr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95년 12월 3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 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전 전 대통령은 고향인 경남 합천에 머물고 있다가 수사대에 의해 안양교도소로 압송됐다.

1979년 10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고 이후 신군부가 일으킨 군사쿠데타인 12·12와 그 이듬해 5월 광주 민주화운동을 유혈 진압한 5·18이 일어난지 15년가량이 지난 뒤 재수사를 벌인데 따른 것이었다.

이미지 확대 [그래픽] 전·현직 대통령 검찰 조사·구속영장 청구 현황

[그래픽] 전·현직 대통령 검찰 조사·구속영장 청구 현황

그로부터 2년 뒤인 1997년 12월 3일에는 대한민국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 간 구제금융 협상이 타결됐다. 시급한 외환을 확보하기 위해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해서 받아들여진 것으로, IMF 사태가 본격화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당선으로 군사정부에서 문민정부로 바뀌었지만 무분별한 차입과 과잉 투자로 '국가 부도의 날'을 맞은 것이다. 당시 외환 위기가 아시아 대부분 국가에 몰아닥친 것이긴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리더십에 오점을 남겼다.

2016년 12월 3일에는 임기를 1년여 남겨 둔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본회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 직무가 정지됐고, 이듬해 3월 헌법재판관 전원일치로 탄핵이 결정됐다.

이로 인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파면됐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징역 22년을 확정받고 4년 9개월 수감 생활 끝에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재임 기간보다 더 긴 수감 생활을 했다.

'12·3 악몽'은 2024년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로 되살아났다. 국민들이 계엄군을 막아섰고 국회가 해제 결의를 해 약 6시간 만에 끝났지만 윤 전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미지 확대 법정 들어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

법정 들어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2025.9.26

국가의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할 때 어떤 혼란이 일어나는지를 뚜렷하게 보여준 사례들이다. 계엄 사태는 1년이 지났는데도 정치권의 내란 공방이 이어지며 더 깊은 골이 만들어 지고 있다.

계엄 사태가 국민들에게 집단 트라우마로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인데도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정치적 유불리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과거를 해석하는 태도는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한다.

외환위기를 떠안고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IMF의 가혹한 구조조정 요구를 받아들이는 동시에, 금 모으기 운동과 강력한 개혁을 추진했다. 줄부도와 대량 실직 등으로 엄청난 고통이 따랐지만 조기 극복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사에 주요 변곡점이 됐던 12·3이 더 이상 국민들에 고통을 주는 날로 추가돼서는 안된다.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국가 지도자의 리더십에 경종이 되는 날이 돼야 한다.

hsh@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12월02일 06시36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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