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UAE의 상전벽해…난맥상 새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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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승호 선임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아프리카와 중동 순방길에 국빈 방문한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사막에 광활하게 설치된 태양광 패널을 보고 '상전벽해'를 언급했다고 한다.

사막의 나라인 UAE에서 놀라운 인공시설은 태양광패널 뿐만아니라 2000년대 초부터 건설해온 세계 최대 인공섬 프로젝트가 있다. '팜 주메이라'와 '팜 제벨 알리'는 야자수 모양이고 '더 월드 두바이'는 세계 지도 모양이다.

그 중 페르시아만에 접한 두바이 앞바다를 매립해 조성한 팜 주메이라는 2004년 기본 기반시설을 갖췄으며 주택과 호텔 등을 본격 건설하기 시작해 2010년 초반에 마무리 단계에 올라섰다.

필자는 2005년 11월 당시 이해찬 총리의 중동 5개국 순방 동행 취재를 위해 팜 주메이라 건설 현장을 둘러본 적이 있다. UAE 당국자들은 팜 주메이라 건설을 매장된 석유가 고갈될 때를 대비한 '포스트 원유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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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JETMAN

EPA/ALI HAIDER

한국의 동해처럼 수심이 깊은 바다를 흙과 모래, 돌로 메워 거대한 관광 도시를 만든다는 점에는 무모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한국인 동행자들 사이에서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상상을 뛰어넘는 토목공사'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20년 여년이 흐른 지금 두바이 앞바다가 변모한 모습은 또 다른 상전벽해라고 할 수 있다. 대체로 성공적인 개발로 평가받고 있으며 관광 명소로 부상해 두바이 경제 다각화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이처럼 팜 주메이라의 성공 스토리를 얘기할 때마다 한국에서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간척사업'인 새만금 개발을 떠올린다.

새만금 개발은 전북특별자치도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에 걸친 해안에 세계 최장 33.9km 방조제를 건설한 뒤 내부를 매립해 조성하고 있는 국책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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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개발

[전북도 제공]

새만금 사업 면적은 총 409㎢(용지 291㎢, 소호 118㎢)이고 사업 기간은 1991년부터 2050년까지다. 두바이 인공섬(3개 합쳐 70㎢ 안팎)의 수 십 배에 달할 정도로 거대한 면적이라지만 30년이 지나도록 난맥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팜 주메이라나 새만금 모두 사업 기간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생태 환경 문제 등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한 리더십은 달랐다.

팜 주메이라 건설에 핵심 역할을 한 것은 건설 계획을 세울 당시인 1990년대 왕세자였던 셰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이다. 현재는 실질적인 통치자이면서 부통령을 겸하고 있다.

풍부한 오일 달러가 재정을 탄탄하게 뒷받침하는 왕정 국가인데다, UAE의 막강한 권력자가 프로젝트를 움켜쥐고 추진한 것이 주요한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새만금 사업 기간 대통령은 8명, 총리는 26명이 바뀌었다. 일관된 컨트롤 타워가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였다고 볼 수 있다. 국책사업 추진 방식이 군주제와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곱씹어볼 대목이다.

그동안 새만금개발청과 새만금개발공사를 비롯해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관련 지자체와 환경단체 등이 불협화음을 내는 경우도 잦았다.

총체적 부실로 망신살이 뻗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로 부정적 이미지가 덧칠해진 데다, 지난 9월에는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계획 최소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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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호호 수상 태양광 발전소

[한국동서발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가운데 새만금개발청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기반의 에너지 대전환과 이를 바탕으로 한 RE100 산단 조성에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전북도를 비롯한 관련 지자체들도 수상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요즘 20대가 태어나기도 전에 '쌀 증산과 인구 증가에 부응할 수 있는 국토 확장'을 목표로 시작된 새만금 간척사업은 이제 '쌀 생산 과잉'과 '인구 절벽' 시대를 맞았다. 너무 많은 변화가 일어난 만큼 더 혁신적 사고가 필요하다.

왕정 국가의 강력한 추진력을 부러워할 게 아니라, 수준 높은 창의력과 기술력, 오류 수정 가능한 민주주의 역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다.

hsh@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11월19일 07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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