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현의 테크와 사람] 〈89〉구글의 도약과 미래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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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현 성균관대 교수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최근 구글은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를 통틀어 일컫는 '멀티모달' 데이터 처리, 고급 수준의 추론 능력, 자연스러운 동영상 생성 기능을 앞세운 제미나이(Gemini)3를 발표했다. 2022년 11월 오픈AI의 챗GPT가 등장한 이후 대형언어모델(LLM) 시장에서 수세로 몰려있다가, 이제 새로운 성능을 갖춘 신제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구글은 제미나이 외에도 다양한 인공지능(AI) 모델들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LLM과 멀티모달 데이터를 자유자재로 연산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목적에 맞는 전용 칩이 필요하다. 구글은 텐서처리장치(TPU)라 불리우는 전용칩을 독자적으로 설계해서 꾸준히 적용해 오고 있는데 제미나이3가 바로 구글 자체 TPU칩으로 전체 데이터를 학습한 첫 모델로 알려져 있다. 구글이 운영하는 검색, 이메일, 사진저장, 실시간 번역 등 대부분의 서비스가 TPU로 구동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복잡한 형태의 데이터를 다양한 서비스를 위해 무리없이 처리하는 역량을 자체적으로 길러왔다.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역시 딥러닝 모델 훈련 및 추론에 적합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전용 TPU를 활용한다.

AI 모델과 그것을 구동할 하드웨어 칩을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구글은 로봇 분야에서도 약진하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는 인간의 일상 언어로 지시하는 내용을 알아듣는 로봇을 만들기 위해 로보틱스와 LLM을 결합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가상환경과 물리적 환경을 모두 학습해서 로봇이 인간의 지시사항을 이해하고 적절한 작업순서를 정해서 그에 따라 자동으로 목표를 완수해내는 단계까지 가능할 것으로 구글은 보고 있다. 로봇공학과 AI의 접합체인 자율주행차 웨이모는 이미 일부 도시에서 상용서비스를 매우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오늘 이 순간에도 시시각각 운행데이터가 쌓여가고 있다. 머지 않아 무인자동차의 완전 상용화는 현실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검색어 데이터, 유튜브 시청패턴, 안드로이드 사용 패턴, 이메일, 지도 데이터 등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빅테크 기업이다. 이러한 데이터의 규모와 다양성이 AI 개발을 위한 모델 학습에 상당한 우위를 제공한다. 2012년 딥러닝 모델의 등장 이후 AI의 혁신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해 왔던 알고리즘 혁신 중 상당수는 구글에서 시작됐다. 스마트폰의 운용체계(OS)인 안드로이드는 이미 구글이 주도권을 갖고 있으며, 무인 자동차 등 미래 모빌리티의 운영 데이터 역시 다량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를 활용해서 소프트웨어(AI모델)와 하드웨어(TPU)를 모두 개발하고 최적화해 자사가 갖고 있는 유튜브, 제미나이, 지메일과 같은 서비스에 바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경쟁사들이 이것을 뛰어 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흔히 수직적 통합이라 부르는 이런 구조가 바로 구글의 핵심역량이다. 하지만 구글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 구글 딥마인드는 다양한 로봇에 두루 적용될 수 있는 AI기반 로봇운용체계를 개발하고 있으며 RT-X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스마트폰에 이어 로봇의 운영체제도 장악하고 싶어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야할 길은 무엇일까? 우리 나라는 반도체와 AI모델 개발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을 따라잡아야 한다. 동시에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선점하려는 노력도 해야 한다. AI를 장착한 로봇을 제조업, 농축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바로 적용해 볼 수 있는 피지컬 AI 분야는 한국처럼 전통 제조업과 신산업이 모두 발전한 나라일수록 유리하다고 하겠다. 구글을 부러워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장점을 바탕으로 어떻게 스스로를 포지셔닝할 것인가 고민해볼 때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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