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개월간 코스피지수의 질주가 무섭다. 30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이제는 4000선 근처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런 흐름은 새 정부가 두 차례에 걸쳐 단행한 상법 개정 영향이 크다. 개정된 상법안에는 그동안 많은 주식 투자 전문가가 요구해 온 합리적인 제안들이 반영돼 국내외 투자자가 다시 한국 증시로 돌아오는 계기가 됐다.
사실 2년 전에도 정부는 주식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한 바 있다. 그러나 상법 개정이 미뤄지고, 오히려 공매도 금지라는 잘못된 조치를 내놓은 데다 눈에 띄는 추가 정책도 없었다. 결국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서 이탈하고, 주가는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최근의 증시 부양 정책,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은 1400만 투자자를 만족시키는 수준을 넘어 국민 전체의 자산을 키우는 효과를 낳는다. 현재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합산 시가총액은 약 4000조원이다. 두 시장이 25% 상승해 코스피지수가 5000을 달성하면 국내 주식 가치는 약 1000조원 늘어난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 비중(코스피 35%, 코스닥 10%)을 감안하면 국내 투자자의 자산 가치는 약 680조원 증가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680조원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2024년 한국 전체 가계의 총흑자(세전 소득에서 소비를 뺀 금액)는 약 326조원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소득세, 종합부동산세,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등을 제외한 순저축액은 100조원에 못 미친다. 따라서 680조원은 한국 전체 가계의 순저축액 약 7년 치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한국이 경제 성장을 아무리 잘 이뤄낸다고 해도 현 수준에서 680조원의 순저축을 단기간에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구나 경제활동 참가 인구가 줄어드는 현 상황에서 생산성이 급격히 높아지지 않는 한 빠른 경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지지부진한 성장 국면에서 국민을 단기간에 더 부유하게 만드는 가장 빠른 길은 주가 상승뿐이다.
증시 부양 정책은 최근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는 원·달러 환율 안정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원·달러 환율 급등은 미 달러 수요가 공급보다 많을 때 발생한다. 외환 거래는 상품·서비스 교역과 금융 투자에서 발생하는데, 상품·서비스 측면에서 한국은 오랜 기간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해 왔다. 따라서 교역 요인만으로 환율 급등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반면 금융 투자 분야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한국의 순대외금융자산은 지난 3년(2022~2024년) 동안 연평균 1390억달러 늘어났고, 특히 지난해에는 증가액이 2970억달러에 달했다.
순대외금융자산이 증가한다는 것은 외국에 투자한 미 달러 금액이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한 금액보다 많았다는 뜻이며, 국내 시장에서 미 달러가 순유출되는 효과를 가져와 원·달러 환율을 밀어 올리는 역할을 한다. 작년과 올해 환율이 급등한 것은 순대외금융자산 증가가 주요인으로 보인다. 만약 내년 말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이 25% 상승하고 (코스피지수 5000 달성) 외국인이 이 과정에 동참한다면, 320조원에 해당하는 2200억달러가 국내 외환시장으로 유입된다. 이 금액은 작년도 순대외금융자산 증가분에는 못 미치지만 증가분의 3년 평균을 웃도는 규모로 원·달러 환율 안정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피의 저평가된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자산비율(PBR)을 감안하면 코스피 5000 달성은 충분히 가능한 목표다. 한국의 지정학적 위험 때문에 코스피 저평가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으나, 현재 북한이 한국을 침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는 많지 않다.
증권가와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저평가의 핵심 원인을 한국 기업의 낮은 거버넌스 수준에서 찾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기업 거버넌스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이기 시작했고, 이를 시장이 신뢰할 만큼 일관되게 추진한다면 코스피는 5000에 도달할 수 있다. 이는 국민을 더 부유하게 만들 뿐 아니라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 데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증시 부양 정책은 국민 경제를 위해 반드시 추진해야 할 우선순위 높은 경제 정책이다.

3 week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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