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에 사는 직장인 K씨는 아들의 고교 입학을 앞두고 전세 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오자 올해 초부터 학원가가 형성된 지하철 6호선 구산역 일대 전셋집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세는 물론 전세금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반전세 물건조차 품귀였다. 중개업소마다 돌아오는 답은 같았다. “지금은 나올 게 없습니다.”
K씨는 운 좋게 아파트와 구조가 비슷한 오피스텔 한 곳을 찾아냈다. 내부와 주차 여건을 확인한 뒤 서둘러 계약을 맺었다.
아파트, 빌라, 오피스텔을 가리지 않고 주거시설 전반에서 전세난이 일상이 되고 있다. 지난 2일 기준(한국부동산원)으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53주 연속 상승했다. 서민 주거와 직결된 전·월세 시장 안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서울 전세는 1년째 상승곡선
거래 감소 속에 전셋값이 1년째 오르는 전형적인 공급 부족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전세난이 다시 일상이 된 배경은 복합적이지만 방향은 하나다. 입주 물량은 줄고, 전셋값은 오르며, 수요자는 외곽으로 밀려난다는 점이다. 지난해 4만6000가구였던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올해는 4100가구로 급감하고 내년에는 1만 가구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사비 급등,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위축은 신규 착공을 크게 줄였다. 여기에 지방 미분양 누적으로 건설사의 공급 여력도 눈에 띄게 약화했다. 그 여파가 이제 수도권 전·월세 시장으로 옮겨붙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서울 전세 물건은 약 2만 건으로 1년 전에 비해 30%가량 줄었다. 지난해 계약갱신청구권 활용 비율은 50% 정도로 높은 편이다. 기존 세입자가 눌러앉으면서 신규 전세 물량이 시장에 거의 나오지 않는다. 매매 시장이 얼어붙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전세를 끼고 사는’ 신규 매수도 불가능해졌다. 전세대출 문턱까지 높아져 실수요자의 선택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빌라 등 주거 사다리 복원해야
전세 시장은 매매 시장과 떨어져 존재하지 않는다. 거래가 멈춘 상태에서 전세난만 안정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거래가 이뤄져야 전세 물량이 돌고, 공급이 늘어야 가격 압박도 완화된다. 무엇보다 연립·다세대 등 빌라 시장 정상화가 시급하다. 소규모 주택은 한때 주거 사다리의 출발점이었지만, 2022년 ‘빌라왕’ 전세 사기 사태 이후 시장 기능이 사실상 멈췄다. 공적 보증을 강화하고 거래 투명성을 높여 신뢰를 회복하지 않으면 이 시장은 되살아나기 쉽지 않다.
소형 오피스텔 공급 확대도 병행해야 한다. 1~2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65.1%(국가데이터처 기준)에 육박하는 현실에서 아파트만으로 주거 문제를 푸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 서울 아파트 공급의 80~90%를 차지하는 민간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르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전세대출 규제의 미세 조정, 임대차 관련 규제의 단계적 완화, 도심 소형주택 공급을 가로막는 인허가 규제 정비 등도 검토 대상이다.
주거 사다리를 복원하지 못하면 전세난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시장을 옥죄는 상수가 된다.전세 시장을 ‘관리 대상’이 아니라 ‘순환 구조’로 되돌리는 정책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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