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원맨쇼’에 업혀 간 자민당은 이번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316석(전체 465석)을 차지하는 역사적 대승을 거뒀다. 1986년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의 304석 기록을 단숨에 갈아치웠다. 자민당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압승이다. 1996년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도쿄도 30개 선거구를 모두 석권했을 정도다. 득표수대로라면 330석이 될 수도 있었던 자민당이다. 하지만 지역구와 비례대표 중복 출마자가 대거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바람(?)에 등록 후보 부족으로 비례 14석을 눈앞에서 날렸다.
일본 중의원의 비례 의석은 176석이다. 참의원은 우리처럼 전국 단위로 뽑지만, 중의원은 11개 권역에서 별도로 뽑는 구조다. 지역구와 비례 후보로 중복 입후보가 가능해 유력 정치인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지역구에서 낙선해도 비례를 통해 의회에 입성할 수 있다. 자민당은 이번 총선에서 319명을 비례 후보로 등록했는데, 이들 중 지역구 당선자가 예상을 뛰어넘은 것이다. 이로 인해 도쿄, 남간토 등 4개 권역에서 얻을 수 있는 비례의석보다 등록 후보가 적은 사태가 빚어졌다. 결국 공직선거법에 의해 14석을 다른 당에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중도개혁연합은 이 중 6석을 배정받은 행운에도 의석이 ‘폭망’ 수준으로 쪼그라든 탓에 웃을 수 없는 처지다.
단숨에 11석을 확보해 중의원에 처음 진출한 팀 미라이는 웃다가 울었다. 자민당 몫 2석을 넘겨받았지만, 긴키 권역에서 출마한 후보자 2명이 지역구 득표율 10%를 넘지 못하는 바람에 비례 2석을 넘겨줘야 했기 때문이다. 지역구 득표율이 10% 미만인 중복 출마자는 비례 의원 당선도 불가능하다.
자민당 1극 체제를 만들어준 이번 선거다. 지역구만 놓고 보면 전체 289석 중 자민당이 249석을 차지해 의석 점유율이 86.2%에 달한다. 하지만 정작 유권자가 투표용지에 자민당 후보 이름(일본은 후보자 이름이나 정당명을 직접 써야 한다)을 적어 넣은 절대 득표율은 26.9%에 그친다. 다카이치의 인기에 걸맞은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이번에 쌓은 철옹성도 언제든 모래성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정태 논설위원 in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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