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 ‘군주론’ 중
짧은 분량과 현대적 문체 덕분도 있겠지만, 통치에 관한 이 짧은 책이 여전히 널리 읽히는 이유는 오늘날 우리의 일상이 정치 이론가가 마주한 현실 정치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의 군주들이 자신의 정치적 지위를 확고히 하고자 이 악의 교사에게 귀를 기울였다면, 오늘날 보통의 사람들은 직장과 사회에서의 생존을 위해 이 책을 펼친다. 마키아벨리는 진실한 것보다 진실해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럴듯한 연기다.
정치적 행위는 폭력만큼이나 거짓말을 수반한다. “저 인간 정치적이야”라는 말이 윤리적 힐난이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우리의 세계가 통제할 수 없는 우연과 변수로 이뤄져 있다면, 외면할 수 없는 정치의 무대에서 폭력보다는 연극적 거짓말이 낫지 않을까. 거짓말은 그 자체로 찬양받을 덕목이 아니라, 이 세계를 함께 사는 사람들이 공존할 수 있는 하나의 방식일 수 있다. 남들에게 영영 꺼내 보여줄 수 없는 내면의 진심에만 몰두한다면,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진짜 진실들과 끝내 마주할 수 없을지 모른다.
조무원 정치학 연구자·‘거짓말 게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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