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YTN 민영화 취소 판결… 정치가 방송 휘두른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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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YTN의 최대 주주를 공기업에서 유진그룹으로 변경하도록 한 승인을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YTN 우리사주조합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최대주주 변경 승인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2인 체제’ 방통위의 의결이 절차상 위법이라는 판단이다. 이로써 YTN 민영화는 윤 정부의 공공기관 자산 효율화 계획에 따라 유진그룹이 YTN 지분 30.95%를 인수해 승인을 받은 지 1년 9개월 만에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YTN 민영화는 초기부터 법적 효력에 대한 논란이 거셌다. 방통위는 위원 5인으로 구성되는 합의제 행정기관인데 당시 방통위에는 대통령이 지명한 김홍일 위원장과 부위원장만 있고 국회 추천 몫인 3명 자리는 여야 대립으로 공석인 상태였다. 방통위법에는 최소 재적 위원 수에 관한 명문 규정이 없지만 법원은 “합의제 기관으로 실질적으로 기능하려면 적어도 3인 이상이 재적해 의결이 이뤄져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사실상 대통령 지명 2인이 독임제 기관처럼 운영해 온 파행에 제동을 걸었다.

방통위 2인 체제는 2023년 8월 국회 추천 몫 3자리가 비면서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최민희 의원의 임명을 윤 전 대통령이 거부하자 민주당이 후임자 추천을 하지 않고 국민의힘 추천 위원에 대한 본회의 표결까지 거부하면서 파행이 이어졌다. 방통위는 2인 체제에서 MBC 과징금 부과와 EBS 사장 임명 등을 의결했지만 법원이 모두 효력 정지 결정을 내렸다. 불안정한 2인 체제를 해소하는 정치력을 발휘하지 않고 의결을 강행하다 정부 승인까지 난 3200억 원짜리 기업 인수가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행정 결정이 이렇게 가벼워도 되나.

유진그룹의 YTN 인수 효력은 새로 출범하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재심의할 가능성이 있다. 유진그룹이 항소할 수도 있다. 이것 말고도 2인 체제가 의결한 안건이 130건이 넘는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사업자들이 당시 의결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할 경우 혼란은 더 커질 것이다. 의사 정족수 규정을 명문화해 위원회 결정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나쁜 정치에 미디어 행정이 휘둘리지 않도록 안전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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