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거대 노조 사무실에 세금 110억 지원, 누가 공감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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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1.18 18:07 수정2025.11.18 18:07 지면A35

더불어민주당이 민주노총 사무실 전세금과 한국노총 건물 리모델링 명목으로 55억원씩, 총 110억원을 내년 예산안에 끼워 넣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를 열어 당초 정부안에 없던 항목을 만들어 배정한 것이다. 보통 지역구 사업용 재원을 따낼 때 활용하는 ‘쪽지 예산 찬스’를 거대 노조 지원을 위해 쓴 모양새다. 두 달 전 대통령과 비공개 회동 당시 양대 노총 위원장이 지원을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사회적 논의가 부족한 사업에 대한 갑작스러운 예산 배정은 예산 심의권을 빙자한 권한 남용에 가깝다. 기본적으로 ‘정부 동의 없이 예산을 증액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명시한 헌법(제57조) 정신에 위배된다.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 보조금이 확정되면 민노총은 월 임차료 2600만원(보증금 31억원)의 사무실을 전세로 전환하는 데 투입할 예정이다. 거대 노조에 대한 임차비용 지원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2~2005년(30억원) 이후 20년 만이다. 한노총은 서울 여의도 본관(중앙근로자복지센터)의 엘리베이터와 난방설비를 교체하고 지하 주차장을 개선하는 데 지원금을 투입한다.

노조 활동의 자율성 확보와 정치적 편향 방지를 위해 보조금은 정부와 노조 모두 상호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민노총은 한때(1997년) ‘정부 보조금을 안 받겠다’고 선언하고 보조금을 수령한 한노총을 어용노조로 공격하기까지 했다. 민노총의 연수익이 4000억원 이상으로 알려지는 등 양대 노조는 재정도 그리 어렵지 않다. 필요한 사업이 있다면 자체 수입과 기금을 활용하면 될 일이다.

‘취약 노동자를 위한 인프라 개선 목적’이라는 여권 해명은 공감하기 어렵다. 경제·사회적으로 취약한 제3 노조, 미가맹노조, 자영업·청년단체 지원에는 단 1원도 배정하지 않았다. 억대 조합원이 수두룩한 양대 노조가 기득권에 집착해 청년 일자리를 외면한다는 비판도 거세다. 더구나 나랏돈을 지원받는 단체로서 받아야 할 회계감사까지 거부하고 있지 않나. 귀족노조 지원은 마땅히 철회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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