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누리호 4차 발사 성공… ‘민간 주도 우주산업’ 새 장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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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27일 새벽 4번째 발사돼 인공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는 임무를 완벽히 수행했다. 순수 독자 기술로 개발된 누리호의 신뢰성은 이로써 크게 높아졌다. 특히 우리 민간 기업들이 주도한 이번 발사가 성과를 거둠에 따라 선진국 기업들의 주무대였던 ‘민간 우주산업 경쟁’에 한국도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게 됐다.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솟구친 누리호는 1단, 2단 로켓을 안정적으로 분리하고 1105초 만에 예정된 600km 고도에 도달했다. 이어서 오로라 관측 등의 임무를 띤 ‘차세대 중형 위성 3호’와 12기의 소형 큐브위성을 차례대로 분리해 궤도에 올렸고, 이후 중형 위성 3호와 남극 세종기지 지상국 등의 교신도 확인됐다. 처음 시도한 야간 발사인데도, 카운트다운 시점이 18분 미뤄진 것 외에 흠잡을 데 없는 무결점 성공이었다.

2년 반 만에 이뤄진 이번 발사는 한국의 우주개발이 국가·정부 기관 주도의 ‘올드 스페이스’ 시대를 벗어나, 민간이 이끄는 ‘뉴 스페이스’ 시대에 진입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기술을 이전받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300여 개 기업의 협업 등을 조율했고, HD현대중공업은 독자 기술로 설계·제작한 발사대 시스템을 책임졌다. 주탑재 위성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민간 기업으로는 처음 개발한 중형 위성이다.

이번 발사 성공으로 한국은 자국 발사체를 이용해 언제든 자국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7대 우주 강국’에 진입했다. 하지만 앞서 우주 공간에 진출한 미국·중국·러시아·유럽연합(EU)·일본·인도를 따라잡기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지난달에만 15번 발사한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9은 발사체의 재사용까지 가능해 다른 발사체보다 경제성이 압도적이다. 또 미국·중국·EU는 지상 300∼1500km 저궤도에 위성 수천 개를 띄워 지상에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까지 벌이고 있다.

누리호는 내년에 5차, 내후년 6차 발사가 예정돼 있다. 다른 나라 위성까지 대신 발사해 주는 ‘우주 배송 산업’에 나서려면 신뢰도와 상업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더 자주, 더 많이 쏘아 성공시키는 것만이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우리 기업들의 우주 개발 도전을 지원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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