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조금 더 타내겠다고 '유령차'까지 동원한 서울마을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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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1.23 17:39 수정2025.11.23 17:39 지면A39

서울마을버스조합이 등록만 해두고 도로에 나오지 않는 ‘유령 버스’를 동원해 서울시 예산을 더 타냈다는 보도다. 등록 차량은 1570대지만 실제 운행하는 버스는 1351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버스 한 대당 51만원씩 보조금을 매일 지급하고 있다. 지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업체도 여럿 있었다. 서울시 보조금이 포함된 기금 중 일부에 ‘가지급금’이란 꼬리표를 붙인 뒤 업체 대표와 그 가족에게 무이자로 빌려주는 식이었다. 이런 식으로 빼돌린 기금은 회사별로 12억~17억원에 달했다. 아파트 관리비 등 사적 용도로 쓴 자금을 회사 비용으로 처리한 사례도 적잖았다.

서울의 마을버스는 준공영제를 도입한 시내버스와 달리 민간이 운영한다. 수익과 비용을 운수업체들이 자체적으로 관리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서울시가 개별 업체를 관리·감독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유령 버스를 동원한 보조금 빼먹기가 일상이 된 배경이다. 기사들의 근태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서울시는 하루 평균 2.2명의 기사를 투입한 것을 전제로 보조금을 계산하는데, 실제 몇 명의 기사가 일했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조합은 내년부터 대중교통 환승 시스템에서 탈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서울시를 강하게 압박해 지원금을 더 받아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조합은 마을버스가 환승 체계에 편입하면서 발생한 손실액을 서울시가 100% 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 금액이 연평균 1000억원에 이른다. 올해 서울시 지원액(412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이용자가 적은 적자 노선을 유지하기 위해 서울시 지원금을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순서가 잘못됐다. 조합은 경영난을 호소하기에 앞서 ‘사금고 경영’부터 일신해야 할 것이다. 서울시도 잘못 지급한 지원금을 회수하고,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파업만 막자’는 안일한 자세로 임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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