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스페이스X 상장, 한국은 무엇을 배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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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세계 최대 기업공개(IPO) 시장의 주인공이 됐다. 나스닥 데뷔와 동시에 기업가치가 테슬라를 뛰어넘었다. 천재 기업가의 집념으로 출발한 기업이 설립 24년 만에 세계 자본시장의 중심에 선 것이다.

이 거대한 이벤트는 머스크 개인의 신화가 아니다. 실패를 견디는 모험자본, 정부의 전략적 지원, 거대한 자본시장이 결합한 미국 혁신 시스템의 결과다.

스페이스X는 적자기업이다. 지난해 기록한 순손실만 49억달러에 달했다. 재사용 로켓, 스타링크 위성망, 거대 우주선 스타십은 막대한 비용을 치르며 얻은 시행착오의 산물이다. 이 과정에서 미래 가치에 베팅하는 벤처캐피털(모험자본)이 버팀목이 됐다.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미국 정부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스페이스X를 혁신 파트너로 대우하며 상업용 우주 화물운송 계약을 맺었다. 국방부는 군사 위성 발사를 맡겼다. 기술적 리스크는 기업이 감수하되, 시장 불확실성은 국가가 분담하는 사실상 앵커 투자자가 된 것이다.

마침표는 자본시장이 찍었다. 스페이스X는 상장계획서에서 “언제 흑자로 돌아설지 예측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배당은 없으며 모든 수익은 인공지능(AI) 인프라, 로켓, 위성 개발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세계 투자자가 몰리며 750억달러를 조달했다. 혁신 기업이 정부 조달로 초기 시장을 확보하고, 모험자본으로 ‘죽음의 계곡’을 건넌 뒤 상장이라는 거대한 자금 펌프를 통해 재투자할 여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는 선순환 구조를 완성한 것이다.

스페이스X라는 거인을 길러낸 것은 머스크 개인이 아니라 미국의 혁신 시스템이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늪에서 벗어나고 진정한 강국으로 거듭나려면 혁신을 대하는 국가와 시장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정부는 실패를 따지는 관리자에서 위험을 나누는 파트너이자 고객으로, 자본시장은 혁신의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 자본의 통로로 진화해야 한다. 천재의 무모한 도전을 위대한 기업으로 키워내는 시스템, 이것이 스페이스X 상장에서 한국이 배워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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