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핵심 사회안전망인 고용보험기금 붕괴를 경고하고 나섰다. 장부상 9조1000억원의 적립금이 남아 있지만 정부 지원 없이는 존립이 힘들 만큼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고용보험은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 계정’과 ‘실업급여 계정’으로 나뉘는데, 전자는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문제는 실직 근로자에게 구직급여와 취업촉진수당을 지급하는 사업의 대규모 적자다. 계정상으로는 아직 3조5000억원의 잔액이 남아 있다. 하지만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린 7조7000억원을 빼고 나면 실제로는 4조2000억원 적자다.
방만한 운영 탓에 실업급여 계정은 고용보험법(84조)이 정한 적립 기준을 2009년 이후 한 번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연 지출액의 1.5~2배를 여유자금으로 쌓아야 하지만 작년 말 기준 적립 배율은 0.2배 남짓에 불과하다. 갑작스러운 경제위기 도래 시 남아 있는 적립금이 8개월 정도면 바닥날 것이라는 게 감사원의 경고다.
보장성 과속, 코로나19 사태 등이 위기 원인으로 지적되지만 최저임금의 급속 인상도 빼놓을 수 없다. 최저임금의 80%를 실업급여(구직급여) 하한액으로 적용하다 보니 최저임금 인상이 지출 급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세후 실수령액 기준으로 보면 실업급여가 최저임금보다 높은 역전 현상이 잦아 취업 의지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끊임없다.
정부는 올해 고용보험제도 도입 30년을 맞아 전면 개편을 예고했지만 지속 가능성 제고와는 거리가 있다. 비자발적 실업자의 최소생활 안정이라는 취지와 달리 자발적 퇴사자와 초단시간 근로자에게 확대 등에 방점을 찍는 모습이다. 기금 부실 가속화 주범으로 꼽히는 부정수급 방지 노력도 부족하다. 동일 사업장에서 퇴사와 입사를 반복하며 3회 이상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이 7월까지 1만5000명으로 연간 기준 3만 명에 달할 전망이다. 보험료 수입의 안정적 확보, 충분한 수준의 적립금 보유에 초점을 맞춘 개혁이 시급하다.

3 weeks ago
8
![[만물상] 마지막 판매왕](https://www.it.peoplentools.com/site/assets/img/broken.gif)
![[사설] 쿠팡 사태 수습 위해선 김범석 의장이 나서야 한다](https://static.hankyung.com/img/logo/logo-news-sns.png?v=20201130)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