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 식구 감싸기’로 1·2인자 모두 기소된 공수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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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팀이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과 이재승 차장 등을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해 8월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의 국회 위증 혐의 고발장을 접수하고도 대검찰청에 통보를 미루는 등 사건을 은폐했다는 것이다. 공수처 1, 2인자가 법을 어겨가면서 ‘제 식구 감싸기’를 했다는 취지다.

이 사건의 발단은 송 전 부장이 지난해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채 상병 수사 외압 건에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연루된 사실을 몰랐다”고 증언한 것이었다. 송 전 부장은 공수처 임용 전 이 전 대표를 변호했던 적이 있다. 법사위는 송 전 부장이 이 전 대표 관련 수사 내용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허위로 증언했다며 고발했다. 공수처법에는 공수처 검사의 범죄 혐의 발견 시 대검찰청에 통보하게 돼 있다. 그런데 고발 이후 11개월이나 공수처가 사건을 넘기지 않은 건 위법이라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공수처는 “결론을 정해 놓고 사실관계를 꿰어 맞춘 기소”라며 반발했지만, 1년 가까이 사건 처리가 지연된 것에 대해 설득력 있는 설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직 공수처 간부들이 채 상병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정황도 나왔다. 특검은 지난해 2, 3월 공수처장 직무대행을 겸했던 김선규 전 부장검사가 ‘총선 끝날 때까지는 관련자 소환 조사를 하지 말라’고 수차례 지시했고, 송 전 부장은 차장 대행 당시 대통령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청구 결재를 거부했다며 각각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두 사람은 검사 출신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다고 한다. 특검은 이들이 “윤 전 대통령에게 향하는 수사를 차단·지연시키기 위해” 이런 조치를 했다고 본다.

출범한 지 5년이 다 돼 가는 공수처는 다른 수사에서도 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구속은 단 2명, 직접 기소한 사건은 6건에 불과할 정도다. 공수처는 제 역할을 하려면 인력 증원 등이 필요하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고위공직자의 부패 범죄를 전담하는 수사기관으로서, 필요한 도덕성과 내부규율을 갖췄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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