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복에 붉은 머리띠 '경찰 노조', 국민이 원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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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1.21 17:27 수정2025.11.21 17:27 지면A27

경찰에 노동조합 설립을 허용하는 법안이 등장했다. 존재감이 미약한 소수당(조국혁신당) 의원의 발의지만 준(準) 노조 격인 경찰직장협의회(직협)가 앞장서고 민주노총·한국노총이 연대 조짐을 보이는 등 분위기가 심상찮다. 입법이 완료되면 노조 전임자를 두고, 정부 대표와 임금·근무조건·복지를 교섭해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 다만 경찰 업무 특성을 감안해 쟁의행위는 불허하는 쪽으로 초안이 마련됐다.

‘노조 설립은 시대적 요구’라는 게 입법 취지지만 공감하기 어렵다. 시대가 변했다고 제복 공무원의 공익적 역할과 중요성이 달라질 수 없다. 경찰은 군인과 함께 직무 자체가 공공의 안정,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고도의 공공성을 가지는 공무원의 대표직군이다. 공공의 안녕과 국가 안전보장에 관한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 노조 가입을 제한하는 공무원 노조법에 딱 들어맞는 대상이다. 헌법도 ‘공무원은 법률로 정한 자에게만 노동 3권을 부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노조 허용 시 본연의 민생·치안 업무 수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크다. 노조 지침에 반하는 상관의 직무상 명령을 거부하는 사태가 안 벌어진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검찰 해체로 정보·무력에 수사권까지 독식할 경찰 노조가 권력집단화로 내달릴 위험도 적잖다. 행정안전부 경찰국마저 폐지된 마당에 거대 노조단체와 손잡고 힘을 과시한다면 감당하기 쉽지 않다. 쟁의 금지라지만 태업 등 법망을 피하는 유사쟁의행위만으로도 민생과 치안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잇따른 부패사건으로 신뢰가 바닥인 경찰의 윤리적 무감각이 걱정을 더한다. 최근엔 직협 위원장이 ‘제2 중앙경찰학교 유치전’에서 특정 도시를 밀어 경찰청이 감찰에 착수하는 일도 벌어졌다. 무엇보다 제복을 입은 공무원이 머리띠를 두르고 투쟁가를 부르는 모습을 국민이 원치 않는다. 소속 기관장과 직협이 한 해 수차례씩 여는 간담회를 고충 협의 채널로 더 활성화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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